올 1월 일본 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는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고령사회대책 대강(大綱)'을 개정해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명기하기로 한 것이다. 고령자의 취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연금 수령을 70세 이상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2020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해 정부 차원의 새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고령화가 아직 일본 수준(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7%)은 아니지만, 한국도 고령화 속도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 53위이다. 그러나 2060년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55세, 62세, 65세… 제각각인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

한국은 어떤 법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리지 않고 65세 이상에게 교통수단 이용 시 무료나 할인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혜택, 노인 일자리 제공 등도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고령자고용촉진법은 50~54세를 '준(準)고령자',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경로당 이용은 65세 이상이고, 노인복지관과 노인교실은 60세부터다. 주택연금 가입이나 노인주택 입주자격은 60세부터이고, 국민연금도 애초 60세가 지급연령이었으나 지금은 62세로 조정됐다.

국내에서 노인 연령 기준 조정 요구가 나온 것은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승차 때문이다. 지하철료 감면 혜택이 2016년 5632억원에 달하고 2022년에는 9600억원에 달해 지하철 적자가 심각한 탓이다. 노인복지법 규정('65세 이상'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을 개정해야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못 하고 있다. 총 유권자의 4분의 1쯤 되는 노인표(票)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73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이나, 8년 후인 2026년에는 21%(초고령사회)를 넘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노인이 매년 30만명씩 늘었지만, 2020년부터는 한 해 40만~50만명씩 급증한다. 2025년에는 노인 수가 1000만명이 넘는다. 2030년까지 총인구는 지금보다 2%(101만명)가 늘어나지만, 노인은 무려 72%(530만명)나 증가한다.

노인연령 70세로 상향 조정 시 장단점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노인 연령 상향론이 나온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의료·연금 등 노인 복지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게 첫째 요인이다. 65세 이상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만 해도 올해 재정 부담액이 10조원을, 2022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한다. 건강보험 진료비도 총인구의 14%인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40%를 쓰고 있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노인의료비 부담이 커져 국민의 건보료 인상 부담이 커진다. 둘째 이유는 근로 인구 부족 사태이다. 근로 인구(만15~64세)는 한국이 2015년에서 2050년까지 1000만명(-27.5%) 정도 감소해 일본(-28.8%)만큼 심각하다. 같은 기간 영국·스위스·노르웨이·스웨덴 등에서 근로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대비된다. 지금은 근로자 5.5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2030년엔 근로자 2.6명이 한 명을, 2050년엔 근로자 1.4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65세 규정이 처음 나온 노인복지법이 시행되던 1981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66.7세였으나 지금은 82.4세로 15.7세나 높아진 것도 요인이다. 한국이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면, 기초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등 재정 부담이 줄고 근로 인구 감소 시기도 2022년으로 늦추는 효과가 예상된다.

노인연령 상향 조정이 힘들 경우 현실적인 대안은 정년(停年) 연장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기업이 정년 후에도 근무를 희망하는 사원을 만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우리도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령 시작 연령이 65세가 되는 것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해야 하는 고령층 증가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는 "일자리 부족으로 저임(低賃) 취업이 늘어나면, 노인 복지혜택은 축소되고 노인 빈곤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복지망이 비교적 탄탄하고 고령자 일자리가 많은 일본과는 상황이 다른 데다, 우선 순위인 청년 취업에 밀려 고령층 재취업과 복지가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