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대북특사단 수석특사(단장)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선택해 주목된다. 특사단에 포함된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모두 장관급이지만, 의전서열상 서 원장이 위다.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이 빠지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같은 대북 특사단 구성에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고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의 단장 낙점은 미북 대화 성사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미국통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 인사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호흡을 맞추며 한미동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왼쪽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단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오는 6일 오후 귀환하는 특사단은 귀국 보고 후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고 양측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설득하는데 정 실장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6일 오후 귀환한 뒤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중·일과도 긴밀히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대북 설득을 위한 카드로 보인다. 미북 대화 성사를 위해선 북한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대북통인 서 원장이 역할을 할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했다는 분석이다.

서 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는 비공개 접촉에 대표로 참가했고, 2007년 국정원 3차장으로서 2차 남북정상회담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국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만난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북 협상 노하우가 풍부하다. 서 원장은 또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인 마이크 폼페오 국장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실장과 서 원장 모두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 김영철 부위원장을 접견할 때 배석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 실장의 파견도 주목된다. 윤 실장은 대북통이 아니란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다. 윤 실장은 당초 유력한 특사 후보였던 임종석 비서실장 대신 문 대통령의 의중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창선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비서 역할을 했던 것에 상응하는 인사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실장은 정의용 실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윤 실장은 전체적으로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남북 간 상황도 관리해 온 만큼 대표단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사에 포함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경우 남북 대화의 경험이 많아 발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천 차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담당했었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때도 통일부 회담기획부장으로 회담의 실무 주역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부에선 남북대화의 경험이 많은 천해성 차관이 대표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특사단의 장관 부재가) 보완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