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이수진, 임상규, 김태성, 송성근 지음 | 글루벌미디어 | 213쪽 | 1만8,500원

“아이들이 놀면서 무엇을 얻어야 한다 강요하지 말자. 아빠인 나도 연습이 필요하다.” - 태성 아빠

수진 아빠, 상규 아빠, 태성 아빠, 성근 아빠. 평범한 아빠 넷이 모여 좋은 아빠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골에 직접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 이들은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홍천의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열정은 넘쳤으나, 경험은 미천했다. 도시 사는 아빠들은 전기톱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몰랐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아빠들을 끝까지 지탱해 준 건 자녀에 대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사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놀이터 제작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계획은 세웠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웃으며 시작한 일이지만, 가끔 얼굴을 붉히며 감정이 상하는 일도 생겼다. 그 와중에 텃밭을 만드느니, 산책로를 만드느니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다.

온갖 난관을 헤쳐나가며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놀이터. 놀이터가 다듬어질수록 아빠들도 조금씩 다듬어져 갔다. 그렇게 아빠들은 천천히 ‘진짜 아빠’로 성장했다.

아빠들이 손수 놀이터 만들기에 욕심을 낸 데는 아이가 뛰놀 공간에 자신들의 교육 철학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그대로 품고 아이들이 실컷 뛰어다니며 그대로 자연이 될 수 있는 놀이터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빠란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애정 표현을 대신하는 자리 같다. 아빠들은 이걸 벗어나고 싶었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와 배드민턴 동호회로 인연을 맺은 네 명의 아빠는 2년 동안 시골 놀이터 공사 현장을 기록을 책에 담았다.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친 아빠들은 “아빠로서 스스로 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무를 다듬고, 땅을 고르게 펴는 일은 결국, 아빠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