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청와대로 행진하던 대학생 이주환(22)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각성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씨가 집회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태극기와 촛불로 나뉘어 나라를 결단 낼 듯 싸우는 게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환대하는 정부 모습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전범을 환대하다니, 나라 지키다 숨진 천안함 장병들 볼 낯이 없다"고 했다. 광장에 함께 있던 김영진(64)씨는 "자기 군인 죽인 사람을 환대하는 나라가 나라냐"고 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과 교보빌딩, 동화면세점, 대한문, 서울역 부근에서 보수 성향 단체 7곳이 각각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경찰이 전날 예측한 태극기 집회 인원은 1만5000여 명. 하지만 현장에 모인 인원은 이보다 많아 보였다. 광화문 광장부터 대한문 앞까지 세종대로 약 900m는 일부 차로를 제외하고 태극기를 든 사람으로 메워졌다. 광장 옆 교보빌딩 앞 네 차로까지 사람들이 밀려와 교통이 통제될 정도였다. 지난 2월 26일 청계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김영철 방한 규탄 집회' 인원(당시 경찰 추산 2만~3만명)보다 많았다. 광화문 광장이 태극기 집회로 메워진 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고 한다. 소수지만 20·30대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석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태극기·성조기 들고 광화문 메운 보수단체 - 1일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가 태극기를 든 시위대로 가득 찼다. 경찰은 이날 보수단체 집회 인원을 1만5000여 명으로 예상했으나, 훨씬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환대하는 것을 보고 나왔다”는 사람이 많았다.

한동안 집회에 나오지 않던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김영철과 김여정 등 북한 인사들이 "귀빈 대접받고 방문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았다. 집회 참가자 정호용(65)씨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면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집회는 오전 11시 시작돼 저녁까지 이어졌다. 세종대로 인근 동화면세점과 교보빌딩 앞엔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한국기독교연합과 한국교회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기독교 연합 단체 '애국문화협회'는 "공산주의 개헌에 반대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 물러나라"고 했다. 서울역 앞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대한애국당' 등의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한문 앞에서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 1000여 명이 모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도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섰다. 김 전 지사는 "청와대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김일성주의자들을 몰아내자"며 "대한민국은 반인륜적인 편(북한)에 설 것인가, 국민 편에 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는 오후 6시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던 9m 높이 철제 촛불 조형물을 쓰러트리고 불을 질렀다.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2016년 말 민족미술협의회 회원들이 설치한 '희망 촛불탑'이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소화기로 꺼 화재로 번지진 않았다.

광화문 광장 한쪽에선 진보 단체 회원 700여 명(집회 신고 인원)이 집회를 열었다. '3·1민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북을 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세월호·천안함 진상 규명'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했다. 경찰은 시위 현장 주변에 경찰 병력을 세워 보수 단체와 충돌하지 않도록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