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인권단체인 천주교인권위원회의 핵심 간부인 김덕진씨가 4년 전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 글이 나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인 김씨가 지난 2014년 지역의 한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 강제추행 혐의로 김씨를 내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를 거친 뒤 김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지 결정할 방침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캡처

앞서 피해자 A씨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가해자인) 김씨는 지인들에게 오히려 ‘(피해자와) 합의 하에 했다’고 왜곡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 2월 새벽 2~3시쯤 집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던 중 김씨가 입을 들이댔다. 밀어냈고 이러지 말라고 했으나 다시 김씨는 ‘가만히 있어 봐’ 등의 말을 하며 입을 맞추려는 시도를 지속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일반적인 남성으로서도, 심지어 인권활동가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항의했다”며 “카톡방에서의 일상적인 성희롱적 발언과 치근거리는 말(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등)도 부적절하며, 계속 이런 식이면 천주교 인권위 등에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은 천주교와도 상관없고, 인권과도 상관없다”고 변명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또 “김씨와 동의 하에 키스한 적이 없으며 당시에도 하지 말라고 했고 두 달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문제 제기해 김씨가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며 “그런데 인권활동가라는 자가 자신의 성추행을 듣는 사람들에게 서로 합의 하에 키스한 듯 전했다”고 했다.

김씨는 사흘 뒤인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의 처신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용납될 수 없는 일로 큰 잘못을 했고, 이에 대해 명확한 문제 제기를 받았음에도 이후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잘못된 언행을 지속함으로써 A씨를 비롯한 여성 활동가들께 반복해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이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천주교인권위로부터 정직 6개월과 교육 프로그램 이수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내 '적폐청산기구' 격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와 서울시 인권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김씨는 사건이 불거진 뒤 두 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경남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등과 관련한 집회·문화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인물이다. 또한 촛불집회를 주도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인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모 신부가 과거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 여성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선교봉사활동에 갔을 때 (한 신부가) 식당 문을 잠그고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자는 방에 들어오는 등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천주교 수원교구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피해 자매님(여성)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원 교구가 한 신부에 대해 사제직을 박탈하는 면직이 아니라 일시적 성무 집행 정지인 ‘정직’을 결정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