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벌찬 사회부 기자

25일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종합 1위는 금메달 14개를 딴 노르웨이에 돌아갔다. 노르웨이는 은메달 14개, 동메달 11개까지 획득해 이번 올림픽에서만 39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이는 미국이 2010밴쿠버 대회에서 세운 단일 대회 최다 메달 기록(37개)을 경신한 것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서부에 있는 인구 532만명의 소국(小國) 노르웨이가 이처럼 펄펄 나는 비결은 뭘까?

스키 크로스컨트리 부문에서 금메달 3개를 딴 노르웨이의 요하네스 클라에보(21) 선수. 그는 "13세까지 또래들에 비해 키가 작고 왜소해 스키 선수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선수로 뛰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죽을 일이 없었다고 한다. 13세 전까지 어린이들의 스포츠 기록이나 점수·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정부의 규칙 덕분이었다. 생활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스키를 즐겁게 타며 훈련한 그는 10대 중후반에 키가 쑥쑥 자라 183cm의 건장한 체격을 갖췄고 오늘의 영예를 손에 쥐었다.

실제로 노르웨이 전국에는 스포츠 클럽 1만1000여곳이 있고 이 클럽에 전국의 어린이 93%가 가입해 정기적으로 운동한다. 여기서는 13세까지는 어린이의 몸무게·키도 묻지 않는다. 토레 오브레보 노르웨이 대표팀 단장은 "유소년 스포츠에서 점수판을 없애고 나서 운동을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21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 결승전에서 노르웨이 요하네스 클라에보(오른쪽)와 마르틴 욘스루드 순비가 금메달을 확정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의 태릉선수촌 격인 '노르웨이 엘리트스포츠센터'에서 체력·기술·팀관리 코치가 선수의 체계적 훈련을 돕지만, 생계와 훈련 자금은 선수 스스로 책임진다. 노르웨이 체육협회의 동·하계 올림픽 예산은 한 해 약 2420만달러(약 260억원)로 영국(1억3750만 파운드·약 2075억원)의 8분의 1 정도다. 영국 컬링 대표팀은 정부 지원금으로 총 560만파운드(약 84억원)를 받았지만, 노르웨이 혼성 컬링팀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에 중고 장비를 팔아 훈련 자금을 댔다.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배관공, 목수, 교사 등 본업을 갖고 운동한다.

올림픽 메달 목표를 정하지 않고 메달로 선수 간 등급을 매기는 일도 없다. 합숙 훈련 때 신인과 메달리스트가 한 침대를 쓰며 정부가 지급하는 메달 상금도 없다. 메달 딴 당일 올림픽 숙소에서 케이크로 파티를 여는 게 보상의 전부다. '상금은 운동을 향한 선수의 순수한 열정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의 자율과 개성을 중시하는 노르웨이 방식은 국가 주도로 '스포츠 영재' 양성에 올인하는 우리나라나 일본·독일과는 정반대이다. 하계와 동계올림픽 모두 세계적 스포츠 강국(强國)이 된 우리도 한번쯤 노르웨이 모델에 관심 가져볼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