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홍익표 정책위 수석 부의장이 한국GM 경영난에 대해 "강성 노조, 고임금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GM(의 경영)이 좋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이지 노조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업 위기 책임을 관성적으로 노동자에게 돌리는 태도야말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만성 적자인데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온 한국GM 노조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GM이 부실해진 데는 노·사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다. 사측은 경영을 잘못했고 노조는 강경 투쟁으로 경쟁력을 떨어트렸다. 한국GM의 임금은 전 세계 자동차 공장 중 최상위권인데 생산성은 밑바닥이다. 이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한국GM이 살아나지 못한다. 한국GM과 협력업체 일자리 15만개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로지 노조 처지만 대변하면서 한국GM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을 부실화시킨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GM의 '먹튀'가 문제라고 보는 노조의 프레임과 똑같다. 반면 또 다른 책임 당사자인 노조에 대해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노조도 변화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주문은 일절 하지 않고 노조 편만 들고 있다. 구조조정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집권당이 노조를 싸고도는데 노조에 임금 삭감이나 인원 감축 같은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훈수를 두며 개별 기업 문제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한국당 대표는 인천의 협력업체들을 찾아갔고, 호남이 기반인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한국GM 군산 공장을 찾아 노조와 만났다. 바른미래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 개입은 도를 더할 것이다. 정치 외풍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대우조선의 판박이를 보는 듯하다. 철저하게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할 부실기업 문제가 자칫 산으로 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