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 국민 100명 중 75명의 체중이 약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과거 ‘오일 머니’로 명성을 떨쳤던 나라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대학 등이 65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가구 구성원 75%는 평균 8.62kg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수입으로 필요한 음식을 조달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93.3%에 달했다.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밖에 못 먹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2.5%로 지난해(11.3%)에 비해 세 배 늘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빈곤인구 비율은 82%까지 치솟았다. 이 중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인구는 52%에 이른다. 부모와 번갈아 식품 배급 줄을 서야 하는 등 식량 문제로 자녀가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구 비율도 65%로 집계됐다.

식량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식용 가능한 동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 같은 극심한 식량난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빗댄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식량 부족 현상은 우고 차베스(1999년~2013년 집권) 전 대통령 시절 도입한 생산시설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해 생산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펼쳤다. 원유 생산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베네수엘라의 다른 산업은 발달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고,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 생필품은 수입해 쓰는 구조였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뒤 2014년부터 유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볼리바르화 가치가 폭락해 베네수엘라 물가는 지난해 2616% 폭등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수입으로 조달해온 생필품은 구하기 어려워졌다.

차베스 뒤를 이어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식량난을 타개하려고 지난해 군부에 식량 수입 및 공급 전권을 맡겼다. 하지만 군 고위당국자가 식량 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이마저 실패했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원유 기반 자체 가상화폐인 ‘페트로(Petro)’를 도입했지만 폐쇄적인 경제 정책 특성상 위기 제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페트로는 석유, 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천연자원의 매장량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