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16년차에 접어든 포항 수비수 김광석(35)은 '은퇴'라는 단어를 스스럼 없이 내놓았다. 모든 선수들이 두려워 하는 선수 생활의 종착점이지만 김광석은 초연했다. "사실 내 나이가 축구 선수로 따지면 '할아버지' 아닌가. 나는 신체조건이나 경력이 그렇게 좋은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내려놓는 것에 익숙하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올 시즌 김광석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팀내 최고참급으로 그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두 시즌 연속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던 지난 시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단단하게 수비를 다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축구공원에서 펼쳐진 연습경기에 나선 김광석의 입은 바쁘게 움직였다. 경기 내내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고 파이팅을 불어넣기에 바빴다. 말수 적기로 유명한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김광석은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고 어린 선수들 숫자도 많아졌다"며 "아직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실수하더라도 주눅들지 않게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은 (포항 입단 후 성적이) 제일 안좋았던 시절"이라며 "스쿼드에 다양성이 가미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비수 입장에선 얼마나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부분에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다. 연습경기를 통해 맞춰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반전을 다짐했다.

김광석은 한때 동료들 사이에서 '축구천재'로 불렸다. 고교 1학년(청평공고) 시절 축구에 입문해 졸업 뒤 2002년 포항에 입단하며 프로무대를 밟은 그를 두고 동료들이 '농담반 진담반' 붙인 별명이었다. 정작 본인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김광석은 "어릴 땐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는데 지금은 나아진 편"이라고 웃었다.

매 시즌이 도전인 선수의 운명은 김광석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도전을 넘어 초연한 모습이다. 김광석은 "나름대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한 것 같다. (연습생 입단 후) 1년 뛰고 나갈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웃은 뒤 "'은퇴'가 다가온다는 점은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행히 내 빈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다는게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성장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놓이게 했다. "선수 생활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주장 역할을 하려니까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라고 웃은 김광석은 "이제 내가 없어도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다. 포항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후배들이 선배들을 밟고 올라서는 모습이 더 많아져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돋보이는 것보다 어린 후배들이 올라서야 더 좋은 팀이 된다"고 강조했다.

포항 만을 위해 헌신한 '원클럽맨'인 김광석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굳이 화려하게 떠나길 바라진 않다. 좋든 싫든 본인이 만족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포항에서 이렇게 오랜기간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프로의 길을 열어준 포항에 대한 감사함과 열정 만큼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김광석은 "돈을 먼저 생각했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포항은 나를 연습생으로 받아준 팀이다. 이적 제의를 받을 때도 포항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돈을 따라갔다면 이렇게 오랜기간 선수 생활을 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현역의 끝으로 향하고 있는 김광석의 꿈은 또 다른 '원클럽맨'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김광석은 "리그 우승보단 FA컵 우승을 먼저 하고 싶다. 단판승부에서 이기면서 짜릿함을 느껴봐야 어린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키워갈 수 있다"며 "지금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후배들이 '원클럽맨'으로 남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황지수 코치나 나처럼 오랜기간 한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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