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강진 3개월 만인 11일 새벽을 뒤흔든 여진에 주민들은 또 한 번 공포에 떨었다. 이날 오전 5시 3분 발생한 지진으로 전국 곳곳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돼 시민 신고가 이어졌다.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36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지진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은 피해가 없어 정상 운영됐다.

◇포항 시민들 "자다가 쾅 소리에 놀라"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는 이날 오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포항시 관계자는 "여진 전에 300명 정도 남아 있었는데 아침부터 흥해읍민이 몰려와 현재 5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진이 발생할 당시 체육관에 있던 주민 조모(64)씨는 "자다가 쾅 하는 소리가 나서 밖으로 냅다 뛰었다"고 했다. 건물과 바닥이 심하게 흔들려 체육관 2층 텐트에 있던 60대 여성이 놀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회복했다. 이재민 김모(67)씨는 "지난해 11월 지진보다 더 많이 흔들린 것처럼 느껴졌다"며 "신경이 극도로 민감해져 약에라도 의지해야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약사회는 이날 청심환과 신경안정제 등을 대피소 임시진료소에 채워넣었다.

11일 경북 포항을 뒤흔든 지진으로 북구 장성동의 건물 외벽이 부서져 길가에 파편이 흩어져 있다(왼쪽 사진). 최근 철거 논의가 있었던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로 이날 오전부터 주민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대피소를 찾는 주민이 늘자 시는 이재민이 빠져나가 철거했던 텐트 50여개를 재설치했다. 앞서 포항시는 상당수의 이재민이 새집으로 옮겨가 대피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설 명절에 봉사 단체 활동이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남은 이재민들의 반발이 거세 지난 10일 오후 "추가 안전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피소를 철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대피소 철거 철회 발표 하루 만에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부상자 36명 외에도 건물이 흔들리고 외벽이 떨어지는 등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북구 두호동과 장성동에서는 일부 건물 외벽에 균열이 갔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 갇혔다",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주민 신고도 이어졌다.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경북유형문화재 제461호로 지정된 포항 보경사 대웅전 건물이 부분적으로 벌어지고 처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긴급 재난 문자 7분이나 지연

이날 기상청은 지난해 9월 경북 지진에 이어 또다시 '뒷북 재난 문자'를 보내 많은 시민이 분통을 터뜨렸다. 기상청의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된 것은 지진 발생 후 7분이나 지난 오전 5시 10분이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는 "건물이 다 무너지고 대피하라는 거냐" "아파트에서 대피 방송이 3번이나 나올 때까지 재난 문자가 도착하지 않았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경주 지진 발생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8분 만에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은 긴급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일원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행안부의 자동 송출 시스템을 통해야 기상청 정보가 전달되는 구조여서 추가 시간이 걸린다. 행안부는 "11일 기상청과 행안부의 시스템을 자동으로 연결하는 중에 방화벽이 작동해 연결이 지연됐다"며 "이후 상황실 모니터링 요원이 수동으로 전환하면서 7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방화벽이 작동한 이유는 조사 중이다.

지난달 기상청은 지진 최초 관측 후 조기경보가 발송되는 시간을 7초까지 줄여 시민이 13~15초 내에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7초까지 앞당기겠다고 한 것은 규모 5.0 이상 지진에 대한 조기경보"라며 "이번 여진은 규모가 4.6으로, 규모 5.0 미만 지진에 대해서는 100초 이내에 속보를 발표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