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스레트커넥트는 지난달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 조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해킹할 징조가 있다고 밝혔다. 약물을 복용한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제한한 것에 대해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보안 전문가들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해커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7일(현지 시각) “서방 언론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다”며 부인했지만, 러시아가 해킹을 일삼는다는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AP통신은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해킹 조직인 ‘팬시 베어스(Fancy Bears)’가 미국 방산업체들의 드론 기술을 빼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서방국가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해킹을 해왔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선거관리위원회 정보를 빼내 ‘대선 개입’ 논란을 불렀다. 지난해 11월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가 영국, 독일, 네덜란드 정부 및 의회를 상대로 지속적인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해왔다”며 “더이상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왜 서방 선진국들을 괴롭힐 정도의 천재적인 해커들이 유독 러시아에 많을까. 보안 전문가들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러시아 정부가 중학교 과정부터 IT(정보기술) 교육에 힘을 쏟는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의 보안 매체 크렙스온시큐리티는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6만명가량의 학생이 고급 수준의 컴퓨터 수업을 듣는다”며 “지난 10년간 IT를 심도 있게 배운 학생이 60만명쯤 누적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역의 4만2000여개 고교 중에서 ‘고급 컴퓨터 과학’ 수업을 하는 학교가 2100곳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러시아 IT교육이 양과 질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IT산업이 러시아에서는 발달하지 않은 것도 해커를 양산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미국에서는 IT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러시아 젊은이들은 민간에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정부와 연계된 해커로 먹고산다는 것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된 이후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한 사이버 정보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