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새해 초부터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신문과 방송, 온라인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수많은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는 교수님 한 분이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진짜 전문가는 왜 없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진짜 전문가'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변이 좋고 박학다식해 보이며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게다가 '진짜 전문가'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떠한 주제이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블록체인 전문가의 '설명'보다 인기 있는 TV 지식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정리'가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이유다.

"위험한 시대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처럼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적도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토록 전문가로부터의 배움에 저항했던 적도 없다"고 저자 톰 니콜스는 그의 책 '전문가와 강적들: 나도 너만큼 알아'(오르마)에서 지적한다.

니콜스는 오랜 기간 미국 해군대학에서 국가 안보를 가르친 군사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 러시아와 중국 등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 아는 척 가르치려 드는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그는 이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 저명한 과학자가 대학생과 나눈 토론도 언급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몇 분 동안 토론을 나누다가 결국 과학자의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을 안 학생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음, 어차피 교수님이나 나나 정확히 모르기는 마찬가지죠 뭐." 하지만 과연 수십 년간 천체물리학을 연구해온 학자와 갓 입문 수업을 마친 학생이 가진 '모름'의 수준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은 하루아침에 공부해서 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 몇 개만 읽고도 자신이 제법 '전문가'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 지식(Expertise)과 의견(Opinion)은 구분되어야 한다. 당신이 살게 될 건물의 설계도를, 당신이 타고 다닐 자동차의 주행 기술을, 당신이 받게 될 의료 수술을 인터넷상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하고 싶은가? 전문가가 더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니콜스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