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판경(判經) 유착이 돼 버렸다"며 "궤변으로 재벌 편을 든 판결"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재판정을 향해 침을 뱉고 싶었다"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고 했다. 재판장인 정형식 판사가 야권 정치인들과 친·인척이어서 이런 판결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고 상복같은 것을 입고 나온 의원도 있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법리적 견해 차이여야 한다. 민주당의 판사 비난은 원색적인 막말뿐이다. 정치권에 양식(良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너무 도가 지나치다. 법정 소란과 다를 것이 뭐냐는 생각이 든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자세가 아니다.

인터넷상의 재판부 공격도 도를 넘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재판장 파면' 클릭이 18만건을 넘어섰다. 재판장 가족 계좌 추적, 특별 감사 주장도 있다. 한 법원 직원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석궁(石弓) 만드는 법 아시는 분'이라는 제목으로 '진심 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사람이 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이 있을 곳은 시위 단체이지 법원이 아니다.

재판부는 판결 후 여권과 인터넷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정 판사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결정은 실형(實刑)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정 판사도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가 가리키는 길로 갔다. 이 사건은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죄를 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희생양으로 이용한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법률과 양심이라면 이 무리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판사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미 독립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사법 제도 자체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