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이 퍼지자 회식에서 다른 식으로 놀리기 시작했어요. 부장님이 야한 농담을 하려다가 '내가 이런 말 하면 너네도 미투운동 하는거냐?'하는 거예요." (한 모씨·29)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미투운동이 이제 조롱거리가 된 듯합니다. '#미투 아침 라면먹을거임' '#미투 촛불집회 나갔음' '#미투 1인1닭가능함ㅋㅋ'식의 글이 올라 오더라구요."(김 모씨·30)

최근 검찰 내 성추문 폭로 이후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가운데, 이를 조롱하며 의미를 깎아내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선DB

미투운동은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나도 당했다”며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운동이다. 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해시태그(검색이 쉽도록 단어 앞에 #을 붙이는 방식)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같은 식이다.

그러나 최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폭력 경험에 대해 힘겹게 말문을 연 피해자들을 겨냥해 미투운동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디씨인사이드 캡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등 의미 없는 글에 앞머리에 미투 글자를 붙이고 “나도 피해자”라며 미투운동 의미를 퇴색시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법조계 커뮤니티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지난달 31일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과 재학·수험생들이 가입한 대표적 커뮤니티인 ‘로이너스’에는 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인권 감수성이 없느냐” “이런 글로 용기 내 (피해 사실을 고백한) 검사를 욕되게 하면 행복하냐”는 비판 댓글이 다수 달렸지만 “아줌마들 시선강간(불쾌한 시선이 강간에 준할만큼 스트레스를 준다는 뜻)이 느껴진다” 등 조롱에 동참하는 댓글도 있다.

지난 3일에는 “미투 사건은 여성이 사람이 되는 과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투, 성희롱은 남자들이 군대에서 당해왔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제대한 남자에게 여자들이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 중인 여자들도 (성폭력을 겪고 미투운동을 하는 걸 보니) 드디어 사람이 되고 있구나 싶다. 그래도 우리보다 단결력은 강해 보이니 지리멸렬하지 말고 끝까지 한번 싸워보라”는 내용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미투운동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미투운동은 괜히 싸움조장을 한다”며 “이딴 (미투 게시판을) 만들지 말라”는 글을 게시했다.

블라인드는 지난 1일 자신이 경험하거나 들은 성희롱·성추행을 공개하는 용도의 ‘미투(Me too) 게시판’을 열었다. 직장인들도 피해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취지로 미투 게시판이 생긴지 일주일만인 7일 오후 1시 기준 현재 관련 게시글이 1428개(삭제글 포함)에 달하는 등 직장인 사이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글도 꾸준히 보이는 실정이다.

다른 블라인드 이용자는 최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미투운동 관련 조롱발언이 는 것을 겨냥하며 “불쾌한 농담 들먹이면서 꼭 ‘요즘은 이런 거 성희롱으로 신고당하지?’라고 묻는 일이 많아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운동이 점점 성 대결 양상을 띠면서 상대방을 조롱·비난하는 일이 생기는데, 문제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미투운동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내고, 대중은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여 기존 성폭력 관점을 깨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