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명철(39)씨는 "작년 11월 아들이 태어나 새 유모차를 사려고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싸 결국 중고 제품을 구매했다"며 "막상 아이를 낳아보니 필수적인 육아용품 구매에만도 상당한 돈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품·서비스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꾸준히 상승해 작년엔 두 자릿수 상승률(12%)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 2%의 6배 수준이었다. 특히 육아용품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52개 집중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역대 정부가 가격 인상에 신경을 써온 품목임에도 소비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육아용품 물가 12% 상승

국책 연구 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육아물가지수 연구'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육아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1.7% 상승했다. 육아물가지수는 분유·기저귀·유모차처럼 0~5세 영·유아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물품과 어린이집 보육료, 영·유아 학습지 등 육아 관련 서비스 53개 항목의 가격을 조사한 것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훨씬 더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의 경우 품목별로 살펴보면 어린이집 보육료가 전년보다 123.7% 오른 것을 비롯해 어린이집 추가 비용(15.2%), 유치원 교육비(14.3%) 등이 많이 올랐다. 정부가 '무상 보육'을 한다고 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유아 가정은 보육비의 일부를 내고 있다. 영어 교육비나 차량 운행비 등 기타 필요 경비는 국공립이든 민간 어린이집이든 상관없이 본인 부담이다. 분유(-3.0%)나 물티슈(-17.5%) 등 일부 소비재 가격은 내렸지만 유모차(27.3%)나 자전거(25.7%), 젖병(14.9%), 놀이방 매트(20.6%) 같은 내구재·오락용품 등 가격은 크게 올랐다.

◇보육비 부담 줄이는 데 83조원 썼건만

분유나 기저귀 같은 생활필수품 가격도 부담이지만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수치로 드러나는 것 이상이라는 지적이다. 육아 비용 관련 조사에서는 키즈 카페처럼 상당수 가정이 이용하는 서비스 비용 등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의 63%가 월 1~3회 키즈 카페를 이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사치품이라 여겼던 오락·문화 상품도 필수품이 되는 등 육아용품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부모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아기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팀이 예비모·학부모 1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가계 지출의 31%를 육아 관련 비용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90%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육아 비용 부담이라는 응답은 94.6%로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126조8834억원을 지출했고, 이 중 65.5%인 83조514억원을 '보육비 경감 및 보육 인프라 확충'에 사용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지원을 늘려 가격은 확 떨어졌지만, 예전 같으면 집에서 아이를 봤을 부모가 유치원·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율도 늘어나면서 체감 가계 부담은 줄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0~2세 영아 어린이집 이용률은 2016년 기준 36%로 10년 전인 2006년(11.2%)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키즈 카페처럼 물가지수에 빠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최신·고급 육아용품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체감하는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