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전날 입장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를 느낀다"고 한 데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측근들이 나서 "우리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 등으로 재직했던 노무현 정권 시절 일들을 알 만큼 알고 있다. 이를 공개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이 현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에 맞설 모종의 반격 카드를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선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에 남기고 간 비공개 파일을 이 전 대통령 측이 일부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청와대에 근무한 한 인사는 "임기 초 청와대 사무실 정리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인사 관련 파일 뭉치를 발견했다"며 "이 파일에는 일부 인사의 비리 내용 등 꽤 예민한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한 인사는 "이 전 대통령 측이 노무현 청와대가 남긴 '영상회의록' 중 상당수를 갖고 있었고 여기엔 정권 내부의 민감한 논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해 12월 UAE 특사 방문 의혹과 관련해서도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에선 임 실장 특사 방문이 이명박 정부 때 UAE와 맺은 군사협력을 두고 빚어진 갈등을 수습하러 간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우리가 알기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지난 연말 자신들이 아는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전 대통령의 만류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임 실장 특사 의혹이 애초 '현 정권이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 뒷거래 여부를 파헤치다 UAE 왕세제의 반발을 불렀다'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야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 전 대통령 측이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기록은 그의 죽음 이후 검찰청 캐비닛에 영구 봉인됐다. 그러나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꽤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공개된다면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정권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