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달리는 썰매의 스피드가 자동차 속도계처럼 중계 화면에 뜬다. 쇼트트랙 골인 지점을 '간발의 차'로 통과한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 거리는 밀리미터(㎜) 단위로 표시된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주고받는 패스의 각도와 포메이션의 구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이전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계측 데이터들이 안방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선수의 몸이나 장비에 센서를 부착해 속도와 거리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스위스 코르제몽에 있는 오메가타이밍 본사를 찾아 새로운 기록 측정 기술을 살펴봤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오메가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부터 평창까지 86년간 올림픽 공식 타임키핑(기록 측정)을 맡고 있다. 초창기에 10분의 1초 단위로 기록을 측정하던 기술은 날로 발전해 2012년 런던에선 100만분의 1초까지 계측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지난 1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 경기 사진에 평창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의 신기술을 합성한 모습. 썰매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와 주행 경로가 중계 화면에 표시된다.

알랭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대표는 "평창에선 출발선에서 결승선 사이의 기록뿐 아니라 경기 관람을 돕는 다양한 기록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미리 경험한 평창올림픽 중계 화면은 컴퓨터 게임 화면을 보는 듯했다. 봅슬레이 경기의 화면 아래엔 매순간 변하는 주행 속도가 표시됐다. 종전까지 알 수 없었던 썰매 속도의 미묘한 변화도 속도계의 숫자 등 시각 자료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앞서 선두로 달린 썰매의 경로가 트랙 위에 파란색으로 뜨고, 실시간으로 지나가는 썰매의 경로는 빨간 선으로 그려져 팀별 주행 기술도 비교할 수 있다. 썰매 안에 설치된 센서가 트랙 곳곳에 설치된 안테나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이처럼 정밀한 기록 측정이 가능해졌다.

아이스하키는 리플레이(다시 보기) 화면을 상황 분석 장면으로 만들었다. 골이 들어간 직후 보여주는 중계 그림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득점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합성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퍽이 잘 보이도록 원으로 된 그래픽이 퍽을 따라 움직이고, 퍽의 위치에서 골대까지의 거리 정보 등이 화면에 나온다. 조브리스트 대표는 "아이스하키에 도입한 신기술은 과학적인 분석을 요청한 국제아이스하키연맹과 오랜 협의를 거친 끝에 완성했다"며 "아이스하키 기록 측정에 쓰일 센서는 유니폼 등 부분에 부착된다. 경기력에 지장을 받지 않는 부위"라고 설명했다.

스케이트 날의 미세한 차이로 종종 순위가 갈리는 쇼트트랙에도 새 측정 방식이 도입됐다. 이전 대회까진 1위와 2위 선수의 차이를 1000분의 1초 단위의 시간으로 비교하는 게 전부였다. 평창에선 스케이트 날의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로도 표현할 수 있어 이해가 쉬워진다.

바람에 민감한 스키점프 경기에선 점프대와 착륙 지점 등에 설치된 풍향계를 통해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실시간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알파인스키의 경우 선수의 부츠에 센서를 부착해 점프 각도와 속도, 위치 등을 측정한다. 오메가는 첨단 방식의 기록 측정을 위해 평창에 타임 키퍼(기록 측정 전문가) 300여명과 230t에 달하는 계측 장비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