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최저임금 인상, 반기업 정서, 근로시간 단축, 기름값 상승…. 불확실성과 위기가 가득한 요즘, CEO가 챙길 첫번째 경구(警句)는 '선사여사 선환여환(先事慮事 先患慮患)'이다. '순자(荀子)' 대략편(大略篇)에 나오는 구절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일을 생각하고, 우환이 생기기 전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미국 위기관리연구소가 위기 사례 5만 건을 분석해 본 결과, 위기의 86%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막연한 걱정보다 변화와 위기 가능성을 분석하며 시나리오별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기존 프레임 변경도 시도할 만하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던 증국번(曾國藩)이 번번이 패배하자, 그의 부하가 전황을 황제에게 알리는 보고서에 "우리는 거듭 싸웠지만 거듭 패하고 있다(我們屢戰屢敗)"고 써 왔다. 증국번은 이를 "우리는 거듭 패했지만 거듭 싸우고 있다(我們屢敗屢戰)"로 고쳤다. 두 글자 위치만 바꿨지만, 불타는 전의(戰意)를 확실하게 전하면서 스스로도 결기를 다졌다. 증국번은 마침내 태평천국군 진압에 성공했다. 외부 환경 변화가 무조건 나쁜 결과만을 가져올까? 역이용할 수는 없는지 프레임을 한번쯤 뒤집어 보자.

'채근담(菜根譚)'의 '처변당견백인이도성(處變當堅百忍以圖成)'도 떠오른다. "어려움을 당해서는 마땅히 굳게 백 번을 참음으로써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맹자(孟子)는 '사업은 비약굴정(辟若掘井)'이라고 했다. "일을 성취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 팠더라도 샘에 이르지 못한 채 그만두면 이는 우물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던 스티브 잡스는 "성공적 기업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순수한 인내심'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불확실성 제거, 프레임 혁신, 인내력 이 세 박자를 갖춘 리더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