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근거리서 MB 보좌한 김희중의 배신은 '인간적 비애' 때문"
"朴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과 닮은 듯 하지만 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최근의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 '표적 수사' 등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가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불리한 진술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를 인정하는 진술을 검찰에서 함으로써 궁지에 몰렸다.

◇김희중 진술 '술술'… "부인에 MB 조문 안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인 1996년부터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부부의 일정 등 생활을 관리한 인물이다.

김 전 실장은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 중 수천만원을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 미국 순방을 앞두고 달러로 환전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서 1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과 이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윤옥 여사 측에 국정원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김 전 실장이 수사에 협조적인 이유는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희중 전 실장.

김 전 실장은 2012년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당시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그때부터 이 전 대통령과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1년 3개월을 복역했는데, 만기 출소 1개월을 앞두고 김 전 실장 부인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조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때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간적 비애를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나와 김 전 실장에 대해 “저도 대북송금과 관련해 고초를 겪어봤지만, MB 정부 때처럼 함께 같이 있던 사람이 부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희중 전 실장이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수감됐는데, 아무런 보살핌이 없었다”며 “(김 전 실장이) 옥중에 있을 때 부인이 사망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조의 표시도 안 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과 한때 가까웠던 정두언 전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MB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진술로 급해진 것”이라며 “김희중 전 부속실장은 BBK, 다스, 특활비를 다 알고 있는 키맨이다. (김 전 실장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검찰에 얘기했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이) 이번에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구속이 안 됐다. 기사를 보니 김희중 씨가 다 털어놨다고 하더라"며 "이제 와서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면 이 사람이 과거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돼 한 1년 정도를 산 적이 있는데 출소 전에 부인이 자살했다. 그런데 MB는 거기에 가기는커녕 꽃도 안 보냈다. 김희중은 처절하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 상가에 조화를 보냈으며 청와대 다수 인사가 조문을 갔다"며 "조문을 가지 않아 배신감을 느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정두언 전 의원은 당시 수감돼 있어 상황을 잘 모른다"고도 했다.

◇朴 문고리 3인방도 “朴이 시켜서 했다” 결정적 진술

왼쪽부터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

김 전 실장의 '수사 협조'가 주목받으면서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려온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은 1998년 박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치적 운명을 함께 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유용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청문회나 탄핵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돼 청와대를 떠났을 때,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될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있으면 상납받은 특활비를 꺼내 사용했다”, “쇼핑백에 돈을 넣은 뒤 테이프로 밀봉해 매달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 등의 진술을 했고, 안 전 비서관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에서 특활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좀 더 (제대로) 모시지 못했던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법정 진술을 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은 나중에 이·안 전 비서관의 진술이 맞다고 인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이 김 전 실장처럼 박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舊) 여권 관계자는 “문고리 3인방도 자기 살겠다고 주군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은 검찰에서 최소한의 팩트만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주군을 배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