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 자리를 놓고 학교와 갈등을 빚어온 민노총 소속 연세대 청소·경비 근로자들이 16일 학교 본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학교를 방문해 "대학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고용 문제에 접근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올 초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시내 일부 대학은 정년퇴직한 청소·경비 근로자 자리를 3~6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직으로 대체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서울 연세대 본관 1층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빨간 조끼를 입은 근로자 100여명이 1층 복도에서 '청소·경비 인력 감축 반대' '즉각 구조조정 중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민노총은 "대학 측이 '알바 채용'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중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총장 면담 등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서울 연세대 본관에서 청소·경비 근로자들이‘청소·경비 인력 감축 반대’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말 퇴직한 결원 일부를 파트타임 직원으로 대체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청소·경비 근로자 결원 32명 중 27명을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무인경비 시스템을 확대하고 하루 3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청소 근로자를 고용했다. 학교는 "학교 재정이 좋지 않아 교직원 임금도 줄어들고 있다. 민노총이 매년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맞춰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용 인원이 적어 청소할 게 별로 없는 건물에 파트타임을 투입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근로자의 청소 면적이나 근로시간에는 변함이 없다"며 "노조원에게 전혀 불이익이 없는데도, 민노총이 퇴직자 자리까지 간섭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노조는 파트타임 고용으로 자신들의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주장한다. "(학교와 계약을 맺은) 용역회사가 청소 인원이 부족하다며 수당을 주는 조건으로 추가 근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파트타임 채용에 반발해 지난 2일부터 학내에서 선전전 등을 벌여왔다. 본관 점거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전날 청와대 일자리수석의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등은 전날 김용학 총장을 만나 "대학이 고용주로서 솔선수범해 사회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학교는 이 요청을 기존 고용 형태를 유지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파트타임 채용 문제가 불거진 대학가에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려대를 찾아 "고용 안정이 이뤄지도록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용노동청 서부지청 관계자들도 홍익대와 연세대 등을 연이어 찾았다.

앞서 민노총은 지난해 7~8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무처가 있는 백양관에서 점거 농성을 한 바 있다. 홍익대·이화여대 등에서는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당시 노조는 시급 7780원 지급안을 학교가 받아들인 뒤 농성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