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민이 작년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전 노르딕스키 경기에 출전한 모습.

"고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을 위해 달려왔는데…. 허무하네요."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인 원유민(30)씨는 4세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12세 때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심리학과에 진학했고, 취미로 시작한 휠체어 농구에도 소질을 보여 캐나다 대표로 뽑혔다. 연간 3000여만원의 수당도 보장받았다고 한다. 2016년 여름 리우패럴림픽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한 그는 그해 가을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으로부터 "한국 대표로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나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캐나다에서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고, 우리말도 잊지 않았던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눈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노르딕 스키에 입문하자마자 작년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4㎞ 은메달을 따며 가능성을 보였다. 작년 7월엔 한국 국적도 회복했다.

하지만 태극기를 달고 평창 패럴림픽 출전을 꿈꾸던 그에게 장애물이 나타났다. '국적을 바꾼 선수는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원씨의 경우 캐나다가 '이적 동의'를 해주면 3년간의 대기 기간 없이 한국인으로 출전할 수 있지만 협회의 허술한 일처리 탓에 이것도 쉽지 않게 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뒤늦게 IPC 규정을 확인하고 캐나다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캐나다장애인올림픽위원회(CPC)는 '원유민에게 수년간 캐나다 국가대표 수당 등을 주며 후원했다. 그가 2020 도쿄패럴림픽 때 한국 휠체어 농구 대표로 나갈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를 댔다. 실제로 원씨는 제주도의 휠체어 농구팀 소속으로 급여를 받으며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원씨를 휠체어 농구 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시키지는 않겠다"고 캐나다 측에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평창패럴림픽 참가가 사실상 어려워진 원씨는 "2022 베이징패럴림픽을 목표로 계속 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