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에서 의아했던 점은 화재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2층에 진입한 것은 그로부터 33분 후라는 사실이다. 그 사이 2층에서 20명이 희생됐다. 어제 합동조사단은 "지휘관들이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며 "인명 구조 요청에 즉각 반응하지 않은 부실이 있다"고 밝혔다. '소홀'이나 '부실'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화재 발생 직후 상황실은 "2층에 사람 많다"는 신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전화에 "빨리"를 79차례나 외친 희생자도 있었다. 상황실은 이를 현장팀장에게 휴대전화로 세 차례 알렸다. 그런데도 지휘부가 현장대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엔 가스탱크 처리와는 별도로 인명 구조를 위한 팀이 있었다. 현장대원들도 2층 상황을 알았지만 두려웠거나 다른 이유로 진입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실제 16분 후에 건물 진입을 시도했지만 물러서고 말았다.

왜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이 2층 유리창을 깨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것도 큰 의문이었다. 그동안 소방 당국은 백드래프트(급격한 공기 유입으로 화염 유발)를 우려했다고 했다. 조사단은 그게 아니라 '지휘 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제천 화재에서 건물 스프링클러는 작동 안 했고, 비상구는 선반에 막혀 있었다.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는 우회했고, 소방굴절차는 조작 미숙으로 제 기능을 못했다. 무전기가 자주 끊겨 휴대전화로 상황을 주고받았다. 부실·무능의 결정판이었다.

제천 참사를 보면서 우리 소방관들이 체계적 실전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걸 절감한다. 당시 CCTV를 보면 '우왕좌왕'이란 말밖에는 할 수 없다. 건물 전체를 불길이 감싸 언뜻 보기엔 접근이 어렵게 보이지만 실제 화염의 폭은 1~2m 정도여서 유리창만 깼으면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랬으면 20명을 구했다. 이것은 정말 불가능한 상상인가. 이런 구조는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 유가족은 "세월호와 뭐가 다르냐"고 울부짖었다.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우리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