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안전 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러 슬로건 중 하나다. 대회 개막이 3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림픽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위원회 안전관실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전략은 '모든 걸 지켜보겠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올림픽 기간에 평창·강릉 등의 하늘엔 길이 17m의 전술비행선이 뜬다. 원래 군에서 정찰 목적으로 쓰는 이 유선비행선은 10t짜리 특수 차량과 케이블로 연결돼 150~200m 상공에서 24시간 동안 지상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지켜보게 된다. 야간 촬영 기능을 갖춘 고성능 카메라로 포착한 영상은 조직위 안전관실뿐 아니라 대테러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전술비행선은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엔 처음 투입된다. 군 전문가가 운용을 맡는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올림픽의 새 위협으로 꼽히는 '드론 테러'를 차단할 3중 대비책도 마련했다. 수상한 드론이 나타나면 전파 차단 기술로 무력화를 시도하고, 전문 요원이 드론에 산탄총을 쏴 격추를 노린다. '안티 드론' '킬러 드론'도 출동한다. 킬러 드론은 품고 있던 그물을 날려 수상한 드론을 포획한다. 드론으로 드론을 잡는 것이다.

조직위는 자살 폭탄 테러, 인질극 같은 '고전적 테러'를 막기 위해 올림픽 지역 곳곳에 지능형 폐쇄회로(CC)TV 810대를 설치했다. '지능형'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경기장이나 선수촌 주변을 배회하는 수상한 움직임을 CCTV가 자동 감지해 안전관실에 알리기 때문이다. 이때 안전관실은 즉각 현장 요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위험인물을 제압하게 된다. 지능형 CCTV는 야간에도 작동하며, 고화질 줌(zoom) 기능이 있다. CCTV 영상에 잡힌 인물은 정부가 확보한 전 세계 테러위험 인물 데이터베이스와 대조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눈·코·입과 얼굴 윤곽의 비율을 감지하므로 테러리스트가 변장을 하더라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지역을 지나는 모든 차량은 차량형 엑스레이(X-ray) 검색기를 통해 조사된다. 대당 15억원에 달하는 이 장비는 차량이 통과하는 순간에 바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관세청 전문 요원이 화물칸에 숨은 사람이나 총기 등을 찾아낸다.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안전관실에서 근무할 115명은 군경, 국정원, 소방 등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안전 드림팀'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 행사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또 1만여 명의 경찰과 수만명의 군 병력이 평창 올림픽에 투입된다. 대학교에서 경호·경찰·스포츠 등을 전공하는 학생 2500여 명도 '민간 안전요원'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올림픽 현장 곳곳에서 출입 통제 및 보안 검색, 질서 유지, 순찰 등을 담당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실사를 나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리의 안전 준비 상황을 극찬했다"며 "대학생 안전요원들의 경우 올림픽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으로 진출하면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