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탄핵 기각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에 후원금을 냈던 시민 2만명의 금융 계좌 정보를 조회했다고 한다. 탄기국은 2016년 11월부터 태극기 집회를 열며 회원과 시민들에게 63억원을 모금했는데 그중 4만건 25억원 정도가 비회원 상대 모금액이었다. 기부금품법은 단체가 비회원에게서 연 10억원 이상 모금할 경우 행안부 등에 모금 목적, 방법 등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탄기국은 그 러지 않았다. 이에 '정의로운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작년 4월 탄기국 집행부를 고발했고, 집행부 4명은 경찰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고 있다. 정의로운시민행동은 촛불 집회 쪽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대해서도 2016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인 진술도 받지 않고 있다가 지난 2일 증거 불충분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고 한다.

탄기국과 퇴진행동은 신문 광고로 계좌번호를 알려 입금받거나 집회 현장에서 기부금을 받는 등 모금 방식이 같았다. 태극기 집회 모금이 불법이었다면 촛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고발인이 탄기국은 경찰에, 퇴진행동은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의 탄기국 수사도 검찰 지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태극기는 처벌되고 촛불은 죄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경찰은 태극기 쪽 기부자가 탄기국 회원인지 아닌지 여부만 파악했을 뿐이라고 한다. 지금 사회 분위기는 탄핵 반대 사실만으로도 적폐(積弊)로 찍히지 않을지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사자가 공공 부문 종사자라면 더 불안할 것이다. 경찰은 기부 명단을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믿나.

촛불과 태극기는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와 탄핵 심판을 놓고 대치했었다. 그 과정을 거쳐 촛불 세력이 지지한 정치 집단이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검찰·경찰이 촛불은 손을 대지 않고 태극기에 대해서만 팔을 걷어붙이고 수사에 나서 시민 수만명의 계좌까지 들여다봤다. 수사기관이 탄핵 때 어느 쪽에 섰느냐를 갖고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