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강은주(31)씨는 지난 2일 열이 오른 네 살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 의원에 갔다. 순서를 기다리던 10여 아이가 연방 기침해댔다. 그러나 한 명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침방울이 주변으로 튀었다. 몇몇은 콜록거리며 병원 안을 활보했다. 부모들은 휴대폰을 쳐다보느라 자녀를 달리 제지하지 않았다. 강씨는 "아이에게 독감(인플루엔자)이 옮을까 봐 아예 밖으로 나가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감기·독감 전파가 많은 겨울철에는 기침이나 열나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티슈로 가려서 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3년 전 메르스 사태 때 개인위생을 반짝 지키다 다시 무심한 상태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독감 전파 방지에 무신경

중학생 아들을 둔 변모(42)씨는 며칠 전 학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학원 안을 돌아다니던 학생 두 명이 "너 독감 아니야?" "응. 근데 엄마가 열 내렸다고 그냥 가래" 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독감에 걸렸을 때 '증상 발생일부터 5일이 지나고 해열제 없이 체온 회복 후 48시간까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학원 등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부모는 "독감 때문에 결석한다고 학원비를 환불해주는 것도 아닌데 돈 아까워서라도 보내야겠다"며 기침·열이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변씨는 "그러다 독감이 퍼져 나가는 것 아니냐"며 "서로에 대한 독감 방지 예절이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독감에 걸린 아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교의 등원·등교를 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유치원 등에 보냈다. 이를 어겨도 처벌 규정이 따로 없어, 이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드물다. 방학 때 거의 모든 학생이 가는 학원은 더 취약하다. 알코올 소독 젤이나 손 씻는 세정제를 화장실에 비치하지 않는 등 독감 예방 인식조차 없는 학원이 상당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갈 데가 없다'고 사정해 열나는 아이를 보내면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기침 에티켓과 독감 방지 행동

최근 병원마다 독감 환자가 몰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외래 환자 1000명 가운데 71.8명이 독감 의심 환자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7.7명에 비해 9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에 독감 유행이 정점에 치달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집단생활을 하는 아동과 청소년 감염자가 많다. 그렇기에 기침 에티켓과 독감 방지 행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기침할 때는 손수건이나 티슈로 코와 입을 막고 해야 한다. 티슈는 휴지통에 버리고, 바로 손을 씻어야 한다. 기침할 때 입 밖으로 튀는 침방울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가 타인에게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채기를 하면 침방울은 최대 6m까지 날아간다. 몸 밖으로 나온 독감 바이러스는 길게는 2~3일까지 생존하고, 이를 손으로 만지면 코나 입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잠복기 독감 환자와 악수하거나 손잡이를 같이 써도 전염될 수 있기에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기침이 나올 때 티슈가 없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팔꿈치 안쪽 옷소매에 기침하는 것이 자신과 타인을 위한 예의다.

기침이 나면 우선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약자가 몰려 있는 병원에 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독감은 심장병, 호흡기 질환자, 암 환자 등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감염병이다. 가천의대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열·기침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하고 병원에 와서 간이 독감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타미플루 등 독감 약을 먹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며 "회사나 학교에서는 독감으로 자가 격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