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훈련소에서 조교들이 쓰는 말 중 '무릎앉아'라는 게 있다. 보통 왼쪽 무릎을 뒤로 당겨 꿇고 반대쪽 다리는 90도로 굽혀 앉는 자세다. 중세 기사들이 작위를 받을 때도 이렇게 했다. 스포츠와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동작이 필수인 동계올림픽 종목이 있다. 겨울 스포츠의 '스펙터클' 스키점프다.

소치올림픽 스키점프 2관왕 카밀 스토흐가 텔레마크 자세로 착지하는 모습(위). 텔레마크 스키 주행 방식(아래)과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비슷하다.

스키점프는 크게 활강-도약-비행-착지 단계로 구분된다.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다 도약대 끝에서 몸을 던진 선수들은 고정된 자세로 공기를 가른 뒤, 눈 위에 사뿐히 앉아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특히 마지막 착지 부분에선 반드시 '무릎앉아'와 비슷한 동작, 즉 텔레마크 착지(Telemark landing)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자세로 착지하지 않으면 큰 감점을 당한다. 실제 경기에선 선수들이 굽힌 무릎이 땅에 닿지는 않는다.

'텔레마크'란 말은 어디서 온 걸까. 텔레마크 착지는 마크(mark)라는 단어 때문에 어떤 기호, 형태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다르다. 실제로는 노르웨이 남서부 텔레마르크 지방에서 발달한 독특한 형태의 스키에서 비롯된 말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텔레마르크 지역의 스키어들은 1800년대 후반부터 앞꿈치만 스키에 고정하고 뒤꿈치는 떨어지는 형태의 스키를 탔다. 어떤 지형을 만나든 턴과 회전을 자유롭게 하며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나중에 스키점프에 착지 형태로 도입된 것이다. 실제 스키점프 선수들도 텔레마크 착지를 위해 뒤꿈치가 들리는 스키를 신는다.

스키점프 종목이 이 자세를 요구하는 건 착지 때 선수가 받는 충격을 줄이고 동시에 앞뒤좌우 균형을 잡도록 하려는 것이다. 내미는 발은 자기 발 크기 정도만 앞으로 나가야 하며 다리는 스키 넓이 두 배보다 벌어지면 안 된다. 어기면 감점 대상이다.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으며 이 자세를 취해야 높은 점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