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트럼프는 2일 트위터에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개방적"이라며 북한이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일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 관련 남북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속도가 빠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발표를 통해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북한의 평창 대표단 파견을 위해 판문점 연락 통로를 오후 3시30분(평양시 오후 3시) 판문점 연락관을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북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연락을 해왔으며 남북 접촉이 이뤄졌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맞서 북측이 핫라인을 끊은 지 약 2년여만에 남북이 처음 통화한 것이다. 대화 내용은 통신선 점검 등 기술적인 내용 위주였다고 한다.

우리가 제안한 대로 '고위급 당국회담' 형식으로 회담이 '9일'에 열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어떤 형태가 됐든 남북간 회담이 열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남북 회담에 비교적 속도감 있게 합의한 것은 일단 국제사회의 제재 일변도 국면에서 숨통을 터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나아가 북한에 유화적인 우리 정부에 일단 협조하면서 북한의 요구 사항을 차례로 관철시키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군사훈련 연기·중단,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핵 협상 등 북한의 '큰 그림'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물꼬를 틀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당일 "지켜보겠다"(1일 트럼프 대통령)며 냉담한 첫 반응을 냈던 데 이어, 더욱 회의적인 반응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표된 상황이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각)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 없다. 최대의 대북 압박을 가할 것이며 반드시 한반도를 비핵화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남북 대화는 그들의 선택"이라며 "김정은이 한미 사이에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drive a wedge) 할 지 모른다. 함께 앉아 대화를 하겠다는 김정은의 진정성(sincerity)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무모한 정권과 만나서 웃고 사진 한 장 찍는 것은 필요 없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 미국은 불참할 것"(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단추가 있다"며 김정은의 '핵단추 위협'을 조롱하는 것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북한이 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회담에 성실히 응할 경우, 미국의 태도는 다소 누그러질 소지가 크다. 트럼프 자신도 취임 후 도발 일변도였던 북한이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경우 일단 북미 접촉에도 문을 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3일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이날 오후 3시 30분(평양시각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 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북한은 '평창이건 평화건 급한 쪽은 한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때문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고리로 우리에게서 이것저것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 할 수 있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 신청은 오는 29일까지다. 북한으로선 급할 게 없다. 공식 회담장에 나오기 전 물밑으로 우리 측의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국제 제재를 훼손시킬 수 있는 남북 교류에 브레이크를 건 상태여서, 우리 정부가 평창올림픽 참가의 반대급부로 대북 현금성 지원이나 제재 완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문제 전문가는 “남북관계 전반으로 의제를 너무 넓히려 하다간 회담이 깨질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평창 문제에만 국한된 낮은 수준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내 감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으로선 남북 회담장에 섣불리 나왔다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할 위험도 있다. 북한이 체제의 명운을 건 '평창 모험'에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