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제출한 개헌안엔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등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에 반(反)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법률 전문가들은 "헌재가 현행 법률을 심사했는데 이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상위법인 헌법에 담겠다는 것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문위 개헌안 제11조엔 '생명권'을 신설하는 내용과 함께 '사형은 폐지된다'는 문구가 담겼다. 자문위는 "국제적 인권 수준에 발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1996년과 2010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의 근거 조항인 형법 250조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했다. 헌재는 이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 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라며 생명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형제에 대해선 "사형이 (다른 형벌보다)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갖는다"며 두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6년엔 헌재 재판관의 의견이 7(유지) 대 2(폐지), 2010년엔 5대4였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언젠가 사형제가 폐지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그러나 폐지하더라도 형법에 넣으면 되지 헌법에까지 넣을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사형제 폐지를 헌법에 규정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제 폐지는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주로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사형 존치 자체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폐지'보다 많았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개헌안엔 국가와 헌법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하고, 그래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덜 된 사항을 섣불리 헌법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자문위는 또 개헌안 52조3항을 신설해 '누구든지 양심에 반하여 집총(執銃) 병역을 강제 받지 아니하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최상위법인 헌법으로 군(軍) 대체복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에 넣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덜 된 상황"이라고 했다. 자문위 내부에서도 "병역의무 관련 집총거부의 명시 등은 사회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조정찬 숭실대 겸임교수)는 의견이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지난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았다. 2011년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해 7대2 합헌 결정을 내리며 "(현행 병역법은)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