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현금을 지급해 왔다. 아이 한 명당 매월 약 200유로(약 25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떨어지는 출산율을 막지 못했다. 결국 1994년엔 역사상 최저인 1.24명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의 출산·양육비 지원이 개인의 '결정'을 바꾸는 데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론이 나왔다.

2000년대 들어 독일 정부는 패러다임을 바꿨다. '일하는 여성의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방향으로 가족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본 것이다.

독일 정부는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고소득 여성 40%가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은 설령 출산을 하더라도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독일 정부는 "고학력 여성은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욕구는 큰 반면, 이를 충족해 줄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출산을 꺼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 정부가 앞장서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예컨대 부부가 14개월 육아휴직을 쓴다면, 이 중 2개월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부부 한 명당 육아휴직은 최대 12개월밖에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육아에 있어서 부모의 분담을 강조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여서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계도 나서서 남녀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 나갔다. 2006년 기준 3.5% 수준이었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7년 만에 34%까지 늘었다. 3세 미만 영아를 위한 보육 시설도 대폭 늘려나갔다. 만 0~2세 영아들이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비율도 2006년 13.6%에서 2014년 32.3%로 늘었다.

출산율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출산율은 1.5명으로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독일 통계청은 "2016년 출생자 수가 전년보다 더 늘어나는 등 출산율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저출산 정책 실패를 여성의 교육 수준, 사회참여율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접근해 효과를 냈다"면서 "우리나라도 출산은 여성이 하지만 아동 양육은 남녀가 함께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마련될 때 대다수 여성이 출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박은주 부국장,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이경은 차장, 김성모 기자, 주희연 기자, 권선미 기자, 김상윤 기자, 김은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