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재 산업1부 차장

금호타이어 노조가 29일 부분 파업과 상경 투쟁을 감행했다. 금호타이어는 지금 온통 가시밭에 둘러싸여 있다. 2014년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그 뒤 매출액·영업이익이 매년 쪼그라든 탓이다. 올 들어선 3분기 연속 적자다. 12월엔 직원 월급도 주지 못했다. 당장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해줘야 회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처지다.

채권단은 "노사가 경영 정상화 계획에 대해 원만하게 합의하고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고, 경영진은 '30% 임금 삭감과 191명 희망퇴직'을 노조에 요청하며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파업과 상경투쟁을 벌였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알겠지만 노조원은 빼고 하라'는 태도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1996년 공장 대규모 화재로 회사가 휘청거리던 노루페인트는 당시 직원 30%를 구조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대신 나중에 회사가 좋아지면 퇴직자를 우선 채용해달라"고 했다. 회사는 그 부탁을 지켰고 노조는 그 뒤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항공업 전체가 최악 부진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에 동의하고 성과급을 반납했다. 일본 도요타차 노조는 2000년대 중반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기본급 동결과 보너스 2만엔 삭감안을 직접 제안했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라는 명분에서였다. 독일 지멘스 노조 역시 2004년 회사가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동유럽으로 공장을 옮기려 하자 임금 인상 없이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다. 회사는 이전(移轉) 계획 철회로 화답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등 유명 차 브랜드를 보유했던 영국 브리티시 레일랜드는 처참했다. 17개 노조가 난립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와 분규는 물론이고 이에 따른 생산성 차질·점유율 하락으로 결국 분할 매각됐다.

기업 구조조정은 이처럼 때를 놓치면 나중엔 가혹한 돌팔매를 맞는다. 한때 한국 조선업의 대표주자였던 대우조선해양이 그렇다. 이 회사는 실적 부진 여파로 최근 전체 직원의 24%에 해당하는 3265명을 감축했다.

어제 상경 투쟁을 벌인 금호타이어 노조는 2015년에도 35일 동안 파업했다. 임금피크제와 성과급 추가 지급이 쟁점이었는데 워크아웃을 빠져나오자마자 맞은 파업이라 타격이 컸다. 영업이익이 연간 1000억원대인 회사가 그 파업으로 1500억원(추산) 손실을 입었고 파업 기간에 거래처 이탈로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제 살을 도려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노조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회사도 책임을 더 통감하고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만들지 않으려면 노조가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회사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