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수 서울 종암카이저팰리스

"안녕하세요" "안녕" 아침마다 주민과 어린아이와 나누는 인사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어야지요. 70세를 넘겨 '인생의 마지막 직장'이라는 경비원이 되었습니다. 잘나가던 개성공단의 내 공장을 전 정부가 날벼락처럼 폐쇄시켰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쫓겨나와 다시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다가 지쳐서 고민 끝에 선택한 일자리입니다. 우리 가족이 "3D업종에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며 극구 말리고, 주변 시선도 대체로 차가웠지만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일하는 삶'을 되찾겠다는 생각과 건강을 자신했기에 택한 길입니다.

40여 년을 전문직에 종사해온 내게 경비원 업무는 쉽지 않았습니다. 근무 환경이 생소하고 열악한 데다, 긴장 속에서 일과 휴식의 구분도 불분명했습니다. 밤 근무에 격일제 맞교대로 동료 간 소통 단절, 간간이 주민의 지나친 간섭과 무시하는 언사, 그리고 잡일이 많습니다. 처음엔 갈등과 스트레스로 힘들었지만 점차 요령이 생기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아파트 경비실 모습.

'경비업법'은 경비 본연의 업무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 도난·화재·침입 예방과 출입자 안내 등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청소, 쓰레기 종량제 봉투 내용물 확인, 재활용 분리 수거, 택배 수령 등 잡다합니다. 그래도 일의 강도는 순한 편입니다. 정년 퇴직자 같은 나이 든 분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배려와 인내도 도움 될 것이고요.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종량제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악취도 적고 버리는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재활용도 분리해야 할 가짓수를 줄이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경비원이 쓰레기와 재활용품 투입을 CCTV로 감시하고 설득하고 일일이 재정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경비원 한 사람이 평균 160가구를 담당한다니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은 반상회도 없으니 지속적인 정책 홍보로 해결해가면 좋겠습니다.

어떤 엄마가 경비실을 지나가며 아이에게 "너도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했다지요. 인권은 평등에서 출발하며, 모든 직업은 평등하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재협의해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고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경비원도 환경 미화원도 대부분이 평생 성실하게 살아왔고 또 살아갈 우리의 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