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운동가 출신 여당 의원인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동계가 과거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고 투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노동계도 공동체나 국가 전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화·타협을 해야 한다.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옛 대우차의 노동자 대표를 지내고 민주노총 설립에 참여했던 그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잇단 발언으로 그동안 노동계 반발을 사왔다. 하지만 소신을 꺾지 않고 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휴일 수당을 2배 인상하라는 노동계 요구에 대해 "기업에만 부담을 다 넘겨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노동계도 생산성 향상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한국이 도약하고 혁신을 이룰 것인지를 노동계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홍 위원장뿐 아니다. 과거 노동 현장에서 활동했던 선배 운동가들 입에서 노동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위원장을 지낸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나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 같은 노동계 원로들이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 환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이유 중 하나가 노동계의 낡은 체질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계가 기득권 이기주의로 치달으면서 노동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조직화된 투쟁 덕에 대기업 정규직은 중소기업의 두 배 임금을 받고 철밥통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 과도한 몫을 가져간 바로 그만큼 비정규직 사정이 악화되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대기업 노조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노사 간에 합의된 단체협약을 부결시켰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현대차의 울산 공장이 중국 공장보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월급은 9배 더 많더라고 전했다. 근로자가 일은 못하면서 돈을 더 받는데 기업이 잘될 리 없다. 기업이 망가지든 말든 노조는 더 많은 몫을 내놓으라 하고 있다.

노동계가 기득권을 양보하고 투쟁 일변도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 질 좋은 일자리도 만들지 못한다. 노동계 선배와 원로들까지 이대론 안된다는데 수배 중인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80년대식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시대의 요구에 의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