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상정하고 중국군과 한·미 연합군의 대치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 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미국 군사·안보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작성한 '북한의 도발'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북한 급변 사태 종료 후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중국군의 완전 철군을 유도하려면 한국군의 독자 작전 능력을 시급히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랜드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의 남하 정도와 각 경우 동~서 전선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구분해 중국군의 개입 시나리오를 4개 상정했다. 우선 중국군이 평양 남쪽까지 전진해서 영변의 핵 시설을 장악하고 남포~원산을 잇는 동~서 길이 250㎞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할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전쟁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연구소 측은 이 시나리오를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한반도 투입 중국軍, 지난달 北 접경서 훈련 -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부대로 알려진 중국 북부전구 38집단군이 북·중 접경 지역에서 ‘옌한(嚴寒)-2017’ 훈련을 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북한 공격 등에 대비해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군사 전략가들은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군이 개입할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두 번째로 중국군이 평양은 포기하고 영변 핵시설을 장악할 정도로만 남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평북 박천군 앞바다(청천강 인근)부터 함남 정평군 앞바다(함흥만 인근)를 동~서로 잇는 200㎞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하게 된다. 동~서 전선이 비교적 짧아 가장 현실적이다.

중국군이 한·미 연합군과 자국 사이에 완충지대를 형성할 목적만 갖고 북·중 국경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제한적 개입이지만 동~서 대치 구간이 긴 것이 부담이다. 북·중 국경에서 내륙으로 100㎞ 진입할 경우 양측 간의 대치 구간은 동~서 500㎞, 50㎞만 진입할 경우 대치 구간은 동~서 550㎞가 된다.

어느 시나리오든 미군이 있는 한 중국군은 철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군이 철군하는 대신 미군도 서울 남쪽까지 혹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베넷 연구원은 "결국 중국군을 철수하게 하려면 한국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하고 안정화할 만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가 중국의 한반도 개입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최근 미·중 간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세미나에서 "미·중은 북한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다. 만약 미국이 휴전선을 넘어야만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38선 아래로 내려가겠다고 중국 측에 말했다"고 했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체제 생존 보장 외에도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중국 견제란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20~60개 정도의 핵탄두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핵탄두의 보유 수량에 따라 유사시 군사 충돌 양상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3개 정도의 핵탄두만 갖고 있다면 '체제 보장용'이겠지만, 핵탄두 수가 50~200개로 늘어날 경우 ▲적국 도시를 위협하는 전략 핵무기 ▲미국 타격용 ▲지상군이 보유할 전술 핵무기 ▲기타 작전용 등으로 나눠서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지난 3월 6일 북한이 평북 동창리에서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발사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행보였다고 평가했다. 동창리에서 한국과 일본 방향인 동남쪽 1000㎞로 원을 그려봐도 주일 미군의 공군기지는 극히 일부 밖에 사정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방향으로 서북쪽 1000㎞ 원을 그리면 중국의 수많은 대도시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