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교민 간담회를 시작으로 4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도착하는 공항에 차관보급이 영접 나오면서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뒤끝'이 문 대통령 방문 중에도 계속될 조짐을 보였다.

◇사드 담당자가 공항 영접

중국은 이날 문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하는 대표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보냈다. 중국은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방중(訪中) 때에는 장관급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차관)을 보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차관보급 인사를 내보냈다. 공항 영접만 보면 의전의 격(格)이 이 전 대통령 때로 회귀한 것이다. 중국은 작년 10월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지로 중국을 택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때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공항에 보냈었다.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 중국 방문 때는 외교부장보다 고위급인 양제츠 국무위원이 공항에서 맞았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국빈 방한(訪韓) 때는 윤병세 외교장관이 영접했다. 쿵쉬안유 부장조리는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및 아시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고, 6자회담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남관표 안보실 2차장과 '사드 합의(10월 31일)'를 한 당사자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베이징 도착 직후 사드 관련 인사에게 첫인사를 받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재중 한국인 초청 간담회’에서‘한·중 커플’인 배우 추자현·위샤오광 부부와 함께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첫 일정인 교민 간담회에서 "교민 여러분, 그동안 사드 여파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저와 온 국민들도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며 "수교 이래 지난 25년 한·중 관계는 경제에선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정치·안보 분야에선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민 간담회에는 한·중 커플인 배우 추자현씨와 위샤오광(于曉光·우효광)씨가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 주최로 열리는 14일 국빈 만찬에는 배우 송혜교씨가 참석할 예정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8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후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중국국제무역촉진위(CCPIT) 장쩡웨이(姜增偉) 회장 등 한·중 기업인 600여 명이 참석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와 15분간 비공개 면담을 했고, 장 부총리는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미래 지향적 협력 ▲사람 중심 협력 등 '한·중 경제협력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포럼에는 한국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고, 중국에선 쉬허이(徐和誼) 베이징자동차 회장, 리옌훙 바이두 총재, 보롄밍 TCL 총재 등이 참석했다.

베이징의 文대통령, 韓·中 기업인들 만나 -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박용만(왼쪽) 대한상의 회장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뒷줄 오른쪽에서 셋째는 구자열 LS그룹 회장, 다섯째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난징대학살 동병상련"

이날은 중국이 정한 '난징(南京)학살 80주년' 추모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 때마다 이를 언급하며 한·중의 동질감을 강조했다. 난징학살은 중일전쟁 때인 1937년 일본이 중국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하지만 희생자 규모에 대해 중국은 "30만명이 학살됐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중국이 사실을 과장한다"며 반발하는 등 중·일 간 역사적·외교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라며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