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군(軍) 사이버사 댓글 사건 연루 혐의로 검찰이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뇌물 혐의 구속영장도 또다시 기각됐다. 법원이 제시한 영장 기각 사유는 두 사람이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투고 있어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관련 증거가 대부분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혐의가 충분히 소명(疎明)된 상태에서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을 때만 구속하라는 법 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1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26명은 발부됐다. 26명 가운데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영장 단계만 따지면 32%, 구속적부심까지 치면 37%가 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 18%의 2배 가까운 수치다. 검찰 수사가 얼마나 무리한지 알 수 있다.

법원은 김관진 전 장관 석방을 계기로 구속 남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어디 기각해 보라'는 식으로 영장을 계속 청구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 압박을 판사가 견디겠느냐고 하는 것 같다. 수사는 사람을 구속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유죄 입증을 위한 것이다. 구속에 목매는 지금 검찰의 행태는 유·무죄는 나중 일이고 사람을 일단 감옥에 넣고 보자는 식이다. 법을 가장해 휘두르는 폭력이다.

지난해 구속된 3만여명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71%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이하 형을 선고받았다. 처음부터 감옥에 가지 않았어야 할 사람 1만명 가까이가 옥살이를 한 것이다. 무죄나 법 적용 잘못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사람도 205명이나 됐다. 대형 비리 사건을 다룬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옛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은 이보다 더 높다. 억울한 구속을 당한 사람의 원한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도 검사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구속의 폐해에 대해 "사회·정신적 모든 생활이 파괴되고 지울 수 없는 낙인(烙印)이 찍히게 되며 공정한 재판을 저해한다"고 했다. '벌거벗겨진 채 가시에 찔리는 고통'이라는 말도 있다. 구속 남발은 되돌릴 수 없는 인격 파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