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금융지식이 없는 아시아의 개인 투자자' 수백만 명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은 "미국에서 지난 10일 시카고옵션거래소(CEOB)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거래량을 보면 비트코인 거래의 무게중심은 동아시아에 있다"며 "중국에서 시작해 올해 초 일본을 거쳐 최근 한국으로 중심이 이동했다"고 아시아의 열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때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장 후반에 참여했으나, 비트코인 열풍은 개인 투자자들이 초반부터 상승장을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보다 현재 약 1600% 가량 올랐다.

세계 최대 온라인 거래회사 IG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이 난 비트코인은 역사상 보기 드문 시장 중 하나"라며 "아시아의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전체가 펀드매니저와 같은 해박한 금융지식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WSJ은 아시아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에선 개인의 부가 증가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증시도 고평가된 상황에서 투자기회를 찾아 비트코인으로 몰린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아시아인에서는 전자상거래·모바일 결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개념을 친숙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홍콩의 한 개인투자자는 "수익이 두 배 났고, 지금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나는 빠른 속도로 부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부산의 32세 남성이 지난 10월 비트코인 1억원 어치를 사 큰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영국 가상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규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기 전까지 가상화폐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말 한국과 일본, 베트남이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의 거래량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주 비트코인 거래활동의 25%를 차지하면서 미국을 넘어섰다. 한국 인구가 5100만명, 미국 인구가 3억 23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개인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당분간 월가의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한 투자자문사 CEO는 "암호화폐 시장은 금융인이 빠진 첫 버블로 기록될 것"이라며 "일반 대중이 소위 '빅 머니'를 압도한 현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 금융당국은 과도한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올해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를 금지했다. 한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