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청와대, 문무일 검찰총장 패싱하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난 5일 '적폐 수사 연내(年內) 마무리' 발언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연일 쏟아지는 의혹을 사장(死藏)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한 사람도 "연내에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민 관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올해 안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봄까지는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권이 일제히 문 총장에 대해 면박을 준 것이다.

어떤 수사든 날짜를 박아 마무리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검찰총장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연내 마무리'라고 했다. 지금처럼 수사가 흘러가게 방치해선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 발언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적폐 수사는 지난 7월 시작됐다. 다섯 달째다. 작년 10월 최순실 수사부터 따지면 1년이 넘었다. 지금 이 일에 서울지검 소속 검사의 3분의 1인 87명이 동원돼 있고 모두 19건에 달하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26명을 구속했다. 전 정권, 전전 정권을 1년 넘게 뒤지는 것은 정치 보복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사에서도 없던 일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너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문 총장 언급은 검찰 내 이런 기류를 반영했을 것이다.

이 같은 과잉 수사 피로감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의견문'이라는 걸 발표해 "국기 문란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몇 명이나 보았을지도 모를 인터넷 댓글과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을 국기 문란이라고 한다. 인터넷 세몰이나 특정인 표적 압박 등은 현 정권 세력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수사는 새 정부가 '적폐 청산'을 제1호 국정 과제로 천명한 다음 본격화됐다. 부처별 적폐청산위원회가 수사 대상을 검찰에 보내면 검찰은 그걸 받아 수사하는 식이다. 검찰이 대놓고 하청(下請) 기관 행세를 한다. 검찰이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하고 어떤 대가를 받는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몇몇이 승진하고 좋은 자리로 가겠지만 길게 보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문 총장의 '연내 마무리' 발언은 그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이 수사를 대중 인기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검찰총장이 이에 방해된다면 배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