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고속철 SRT가 과학적 수요 분석을 통한 할인 제도를 운용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승차율이 50% 미만인 열차에 대해 운임을 30~40% 할인해 준 것인데, '출혈 경쟁'이라는 비판 속에도 오히려 수익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SRT 운영사인 SR은 "앞으로도 다양한 할인 제도 도입을 통해 이용자에게 저렴하게 열차를 이용할 기회를 주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객 오히려 늘어나

SR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승차율이 낮은 시간대 열차를 가려내 파격적 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7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승차율 0~40% 열차는 운임을 40%, 승차율 40~50% 열차는 운임을 30% 할인했다. SR 관계자는 "처음에는 지나친 할인으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결국에는 기존 대비 승객은 8.1% 늘고 운송 수익도 1.5% 증가하는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보통 7월 초는 고속철도 이용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이지만, 할인 제도 시행으로 이용객이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대학생·여행객은 저렴한 운임을 우선시하는 반면, 비즈니스 승객은 요금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피크 타임'에 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승객이 분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SR 관계자는 "평소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할인 대상 열차는 할인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승객이 약 56% 증가했다"면서 "할인 대상이 아닌 열차도 기존 대비 승객 약 3% 감소했을 뿐이라 전체적으로 수송량·운송 수익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교통수단에선 이처럼 과감한 할인 제도를 시행한 사례가 거의 없다. SR 관계자는 "서울시 대중교통수단에서 '조조할인' 제도를 운영 하는 것 외에 시간대별 수요에 맞춰 큰 폭으로 할인을 해주는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속철도는 보통 국내선 항공기와 경쟁하는 교통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국내선 항공기는 좌석등급뿐 아니라 예매 시기, 예매 방식, 기타 여러 가지 조건 등에 따라 가격이 다양한 반면, 고속철도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서비스에선 일률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SR의 파격적 시도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선로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는 SRT(수서발 고속철) 열차의 모습. SRT는 오는 9일이면 개통 1주년을 맞는다. 운영사인 SR은 다양한 할인 제도 도입을 통해 탑승객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자주 SR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조할인 등도 추진

최근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교통 분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공공성'이다. SRT의 파격 할인 제도는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고속철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는 점에 공공성 강화 정책에도 가장 부합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SR은 7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파격 할인 제도를 운용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조조할인' '요일별 할인' 등 다양한 요금 할인 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객들은 좀 더 저렴한 요금으로 열차를 탈 수 있고, 운영자도 더 많은 이용객이 열차를 이용하게 돼 수익이 커질 것으로 SR은 보고 있다.

SR은 지난해 12월 개통 당시부터 편리한 예매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 빈도가 높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SR 관계자는 "단순히 할인제도 도입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열차 내 환경 개선, 서비스 개선 등으로 승객들이 타고 싶은 열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