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안전과 친환경 등을 앞세워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부가 대표적 신재생 발전 방식 중 하나인 풍력 발전에 대해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다른 자연 환경 관련 부처도 "신재생에너지류의 발전 방식이 대규모 산림 훼손 등으로 오히려 환경을 해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야당이 이 같은 정부 부처 조치를 이유로 내년 예산 중 6509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탈원전' 기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여당은 대외적으론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27일 본지 통화에서 "산자부는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환경부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관련 예산만 늘어나고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전기료 급등 사태가 벌어지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에너지 수급 계획에 의해 순차적으로 해야지 너무 급격하게 예산을 짜왔다"는 입장이다. 두 야당은 환경부가 현 예산 국면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전반적인 반대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풍력발전, 환경 해쳐" 환경부는?]

실제로 환경부는 일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영양의 양구리 풍력발전소다. 환경부는 이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으나, 건설업체가 협의한 내용대로 공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풍력발전소 진입 도로를 건설하면서 주변 나무 밀집 지역을 밀어버리는 등 공사를 불법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강원도 강릉의 안인 풍력발전소 발전기 20기 건설 역시 환경영향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환경부가 환경 훼손 최소화 방안을 요구하면서 1년 가까이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발전소 건설을 위해 백두대간 1등급 보전 지역 10㎞ 구간에 걸쳐 도로를 놓는 등 환경 훼손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요구한 상태"라고 했다.

경북 청송 면봉산 풍력발전소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 피해 우려 등 문제점이 발견돼 현재 보완 단계에 있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경북 영양군이 추진해온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에도 제동을 걸었다. 풍력 발전 사업체가 발전기 27기와 진입도로 14㎞를 설치하려 했지만,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생태·자연 보전 1등급 지역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 환경훼손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환경부에 의해 이렇게 보류된 사업 중에도 일부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 일부 반영됐다"며 "근본적으로 환경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실적만 올리려고 하는 '무늬만 신재생'인 에너지 관련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산자부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올해 3989억원이었던 예산을 2520억원 늘린 6509억원으로 책정해서 요청한 상태다. 한국당 관계자는 "예산을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라며 "오히려 원전보다 광범위하게 환경을 직접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예산 원안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파고든 야당의 공세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 부처가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뭐라 할 수 없지만 답답한 면이 있다"며 "정부 역점 사업인데 이런 이유로 예산이 깎이면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