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차범석 선생님에 관한 강렬한 기억이 있습니다.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열린 '드라마 창작교실' 첫날 선생님을 뵈었는데, 뒤풀이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열정적으로 부르셨어요. 거장께서 까마득한 저희를 위해 정열을 다하시는 모습이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깊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차 선생님처럼 열정적인 예술가의 삶을 닮고 싶습니다."(고연옥 작가·작품 '손님들')

"이번 상은 제게 사춘기 방황하는 어린아이에게 '너도 우리 식구'라며 따스하게 품어준 숨결이었습니다.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뮤지컬 '영웅' 그리고 차범석 선생님에게 크게 배웠습니다. 품이 넓고 결이 고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수련하겠습니다."(한아름 작가·작품 '영웅')

제11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자인 고연옥(가운데 왼쪽)씨와 한아름씨가 극작가 윤대성(한아름씨 오른쪽부터) 교수, 윤호진 연출가, 심재찬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 한아름씨 남편이자 연출가 서재형씨를 비롯한 동료 선후배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27일 오후 제11회 차범석희곡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미술관. 장막희곡 부문 수상자인 고연옥(46)씨와 뮤지컬극본 부문 수상자 한아름(40)씨가 울음을 참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에겐 각각 상금 30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차범석희곡상은 연극 '산불'과 드라마 '전원일기'의 극작가인 차범석(1924~2006)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2007년 1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심사위원인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고연옥·한아름 작가는 그동안의 꾸준함으로 질이나 양에서 우리 연극과 뮤지컬 발전을 일군 귀한 자산"이라며 "현재에 뜨겁게 반응하고 시대의 희망을 반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획득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배우 배해선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을 맡은 배우 양준모의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차범석 선생의 장녀인 차혜영 차범석연극재단 이사장은 "이 시기가 되면 저쪽 세상에 계신 아버지도 축제를 함께하시리라는 생각에 흥분된다"면서 "아버님 후배로 매년 시상식에도 함께하셨던 김기덕(1934~2017) 감독님도 오늘을 기억하고 축하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이날 시상식에는 허순자 서울예대 교수,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고희경 홍익대 교수, 김광보 서울시극단장, 배삼식 동덕여대 교수 등 심사위원과 차범석 선생의 차남 순주씨·삼남 순규씨 등 가족,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김수용·윤대성·조흥동·최청자씨, 이종덕 단국대문화예술대학원장,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 유희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심재찬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 배우 이문수·이숙·한보경씨, 박동우 무대 미술가, 이한승 극단 실험극장 대표, 평론가 전성희·장성희·박정기씨, 작가 김명화·유혜정·김은성씨, 연출가 윤호진·김철리·한진섭·서재형씨,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