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겸 신부가 27일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전날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거나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정 신부는 이날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낙태 허용 쪽으로 여지를 두고 있다면 동의할 수 없다"며 "낙태 예방이 필요한 것이지, 허용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특히 "프란체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한 조 수석의 발언에 대해서는 "교황님 말씀에 대한 왜곡된 인용"이라고 비판했다.

정 신부는 "(교황의) 해당 발언은 지난 2013년 이탈리아에서 발행하는 '라 치빌타카톨리카' 잡지에 실린 인터뷰로 가톨릭 교회가 교리를 선포할 때 사람들에게 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교리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님께서 이미 여러 차례 낙태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 말씀을 하셨다"며 "마치 국민 여러분에게 교황님께서 낙태에 허용의 여지를 두신 것처럼 인용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칠 권한까지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연유산 유도약이 대단히 부작용이 크고 여성에게 해롭다는 실상도 알려 드리겠다. 현행 낙태죄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이고, 국가와 남성의 책무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정 신부는 다음 달 3일부터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명 서명 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