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 51부는 24일 군(軍)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댓글 사건으로 구속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내렸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석방 이틀 만이다. 법원은 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법원이 제시한 사유는 모두 검찰 적용 혐의가 법적으로 죄가 되는지가 명확지 않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도 낮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 김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던 기간은 북의 사이버 공격에 우리 군이 대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인민 군대의 만능 보검(寶劍)"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사이버사 대원들이 작성한 댓글 78만건 중 정치 댓글은 1%에 불과한 8800여 건이라면서도 정치 개입 혐의를 적용했다. 하루 10건도 안 되는 그 댓글을 본 사람은 전국에서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걸로 어떻게 정치에 개입하나.

유죄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 조항(27조 4항)은 피의자에게 충분히 항변 기회를 주라는 뜻이다. 특히 보기에 따라 위법 여부에 차이가 나는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항변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신병이 구속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하면 자기 방어가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된다. 이른 아침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압수 수색을 당한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재판을 채 받기도 전에 죄인처럼 되는 것이다. 민주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의 권력 하청 수사 가운데 구속 기소된 피의자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 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때 피의자는 구속 후 포승에 묶인 모습이 노출되는 걸로 어마어마한 인격적 형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무죄 판결 다음 검찰이 그 인격 형벌을 배상해 줄 방법이 없다.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처럼 안보의 상징과 같은 사람을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포승에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면 군의 사기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다.

유죄 증거가 명확지 않을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사법 대원칙이다. 검찰 적폐 수사 과정에선 이 원칙이 완전히 무시돼왔다. 싹쓸이식 몰아치기 수사로 구속영장이 남발되고 있다. 이를 일차적으로 막아야 할 영장 담당 판사들은 권력과 인터넷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정치 수사 태풍 속에서 법치 자체가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