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의 대명사 같던 오뚜기의 이미지를 먹칠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였다. 오너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에 그룹 매출 5000여 억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비난 여론이 쏟아졌지만 재계 일각에선 과중한 상속세 때문이라는 동정론도 일었다. 지난해 이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으며 부과받은 상속세가 1500억원이다. 이것을 못 내면 담보 공탁한 지분 38%를 빼앗겨 경영권을 잃는다. 세금 낼 돈 마련하려 오죽했으면 편법까지 썼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재계에선 지난달 타계한 한 대기업 회장 유족의 상속세 문제가 관심사다. 장남 등이 낼 세금이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대기업 오너 가족이라도 이 정도 현금 만들기는 쉽지 않다. 손톱깎이 세계 1위 쓰리세븐도, 콘돔 회사 유니더스도 상속세 때문에 주인이 바뀌었다. 연 매출액 600억원인 업체 농우바이오에 상속세가 무려 1200억원이나 부과돼 논란 빚은 일도 있다.

[상속세란?]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고 세율 50%에다 최대 주주는 30%가 할증돼 무려 65%를 내야 한다. 세금 다 내고 나면 경영권이 휘청거린다. 그래서 미리 사전 증여 프로그램을 짜 대비하는 오너가 많다. 한 외식업체 회장은 아들이 일곱 살 때부터 증여 작업을 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며 부당 지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오너들 배임·횡령 사건 상당수가 상속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중소기업 상속 때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기술과 노하우의 맥이 끊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상속세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캐나다·호주 등은 이미 상속세를 없앴다. 재산 형성 때 세금을 냈는데 상속세를 또 내면 이중(二重) 과세란 논리다. 반면 조지 소로스 같은 부자는 "우리에게서 세금을 더 걷으라"며 폐지에 반대한다. 상속세는 조세 정의를 둘러싸고 이념이 격돌하는 철학 이슈이기도 하다.

▶우리도 중소기업 상속세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금 같은 세금 폭탄으론 애써 쌓은 중소기업의 대를 끊게 할 우려가 있다. 세금이 무서워 중견기업 절반 이상이 가업 승계를 포기했다는 조사도 있다. 반면 가업 승계라는 개념 자체가 낡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통 식품 같은 몇몇 가족형 업종이 아니라면 꼭 자식이 물려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찬반을 떠나 중소기업 후계자 구하기가 힘들다는 현실만큼은 분명하다. 기업이 흔들리면 결국 근로자들이 피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