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아프리카 잠비아 일대에 서식하던 코뿔소 뿔은 끝이 뭉툭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코뿔소의 온전한 뿔을 대량으로 밀수하는 북한 외교관과 밀렵꾼으로부터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뿔 끝을 일부러 잘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 외교관은 "당시 코뿔소 뿔은 단검(短劒) 손잡이용으로 중동 부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뿔이 뭉툭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밀렵이 줄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북한은 뭉툭한 뿔을 한약재로 중국·대만·홍콩에 비싸게 팔았다. 지난달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그동안 아프리카 코뿔소 뿔과 상아 밀매로 체포된 외교관 31명 중 18명이 북한 외교관"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정부 관청들에는 김일성의 말과 글을 모은 '주체(Juche) 사상집'이 비치돼 있다.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93)가 1980년 독립 직후 방북해 '주사파(주체사상파)'가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백명의 군사 고문단을 보내 무가베의 악명 높은 군대 '제5여단'을 훈련시켰다. 무가베는 자기가 죽은 후에 세울 동상 2기를 북한에 56억원에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의 김씨 왕조 우상화 동상 제작 기술은 아프리카에서 꽤 괜찮은 외화 벌이 수단이었다.

▶북한이 아프리카 외교에 공을 들인 건 1960년대부터다. 당시 김일성은 아프리카 신생국과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규합해 유엔 무대에서 한국을 고립시키려 했다. 1국 1표인 유엔에서 아프리카는 좋은 공략 대상이었다. 북한은 냉전 덕에 소련의 지원을 받던 1980년대 말까지 아프리카에 식량·무기를 무상 원조했다. 지금도 북한이 수교한 162개국 중 46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

▶남아공 싱크탱크 안전보장연구소에 따르면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무역액은 1998~2006년 연평균 9000만달러(약 990억원)에서 2007~2015년에는 연평균 2억1650만달러(약 2380억원)로 2.4배쯤 늘었다. 2006년 1차 북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제재가 본격화하자 북한이 아프리카를 제재의 탈출구로 활용한 결과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그제 아프리카 30여개국 외교장관을 만나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도록 외교 관계 격하와 경제 단절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무기의 단골이던 수단(Sudan)은 최근 북한과 군사·경제 관계를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북한산 동상에 대한 주문도 끊기고 있다. 무가베는 최근 쿠데타로 37년 만에 실각했다. 북한의 마지막 외교·경제 탈출구마저 닫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