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제목부터 관심을 끄는 소설이다. 작가는 실제 18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당일에도 아침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왔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소설의 주인공 게이코 역시 편의점 알바생. 점장이 8번 바뀌는 동안 한 편의점에서 18년을 일한 모태 솔로다. 그녀는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매뉴얼대로 정리된 편의점의 한 풍경처럼 변모한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별 탈 없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편의점 일상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거다. 그녀를 괴롭히는 건 오히려 ‘편의점 밖’ 세상. 30대 중반인데 왜 아르바이트만 하는지, 왜 연애해본 적은 없는지 캐묻는 바깥세상이다. 게이코의 어린 시절, 죽은 새를 묻어주자는 엄마의 말에 그녀가 “왜? 모처럼 죽였는데. 아빠가 꼬치구이를 좋아하니까 구워 먹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에게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어쩌면 그녀에게 ‘죄책감’이나 ‘동정심’은 불합리한 행위처럼 느껴졌던 건지도 모른다. ‘편의점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이용하고, 죄책감은 갖지 않는 냉혹한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공감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의 내면 풍경을 세세히 그렸다는 점에서 더 각별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그 투명한 유리 상자를 생각한다. 가게는 청결한 수조 안에서 지금도 기계 장치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 광경을 상상하고 있으면 가게 안의 소리들이 고막 안쪽에 되살아나 안심하고 잠들 수 있다.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편의점이 우리에게 주는 안락과 안심의 정체는 무엇일까. 365일 24시간 그곳에 가면 늘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샀다. 멀리 반짝이는 편의점 간판을 보며 생각했다. 매뉴얼대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떠올라, 스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