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어'라는 그림 모임 들어보셨나요. 등 푸른 물고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을 다(多), 고을 이름 랑(瑯), 말씀 어(語). '다양한 말들로 이루어진 마을'을 뜻하죠. 세계 문화를 이해하고, 여러 문화권이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그룹 이름이랍니다.

한 주에 100~200권의 신간이 쏟아지지만 Books에 실리는 책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종이 지면의 한계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인문사회과학 지향이기 때문인데요. 당연히 지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운 책이 적지 않죠.

정인출판사의 '색동다리 다문화 동화'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일부는 색안경을 끼고 이 표현을 멸칭으로 쓴다지만, 원래는 여러 민족과 문화가 함께 있는 사회에 대한 편견 없는 조어(造語)죠. 우리 사회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이제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숫자가 11만명에 이른답니다. 결혼 이민자 가족은 30만명을 넘어선다는군요.

'색동다리 다문화 동화'는 두 나라 말을 함께 표기한 어린이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중국·일본·몽골·베트남·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러시아·키르기스스탄 등 10여개국의 동화들. 다문화 가정의 엄마가 직접 '작가'로 참여하고 '다랑어'가 그림을 그렸죠.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부르는 책들입니다. 손가락만 한 엄지 동자의 모험인 '엄지 동자'(일본), 천 개의 눈이 달린 과일 파인애플 '파인애플의 전설'(필리핀), 가뭄에서 마을을 구하는 소녀를 그린 '긴 머리 아가씨'(중국), 건국 신화를 알 수 있는 '용과 선녀의 나라'(베트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용어가 있죠. PC 과잉의 시대라는 냉소도 있지만, 아직은 PC가 필요한 영역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색동다리'는 강의 양쪽을 이어주는 무지개를 이르는 말.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색의 조화 때문이겠죠. '다문화'를 편견의 언어로 사용하기보다 '다랑어'와 '색동다리'의 함의로 더 읽었으면 합니다. 다름과 같음 사이의 균형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