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바둑 일인자 대결서 일본이 이겼다. 일본 메이저 전관왕 이야마 유타(井山裕太·28)가 26개월째 중국 1위를 고수해온 커제(柯潔·19)를 눕힌 것이다. 백을 쥔 커제가 267수 만에 돌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 300여 팬이 운집한 공개 해설장은 박수와 환호의 물결에 뒤덮였다.

제22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준결승전이 15일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져 이야마와 셰얼하오(謝尔豪·19)를 결승 진출자로 올려놓았다. 셰얼하오는 같은 중국 기사 장웨이제(江維杰)를 188수 만에 백 불계로 따돌렸다. 두 기사는 내년 2월 5~8일 결승 3번기에서 격돌한다(장소 미정).

일본 기사의 세계 메이저 결승 진출은 2007년 제3회 도요타덴소배(장쉬 준우승) 이후 10년 만이고, 4강에 진출한 것도 6년이 넘었다. 20세기 '세계 바둑의 메카'로 군림하다 한·중에 밀려난 아쉬움을 마음껏 털어내는 분위기였다. 해설장에서 만난 요시와라(吉原正道·82)씨는 "앞자리에 앉기 위해 한 시간 일찍 왔다. 중국 1위를 꺾어 너무 행복하다"며 "결승이 일본에서 열리면 어디건 달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공개해설장에서 해설자 왕밍완 9단이 이야마, 커제 두 대국자와 합류해 수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날 해설장엔 300여 명 팬이 운집하는 성황을 이뤘다.

한국은 올해 벌어진 모든 메이저 대회 우승권서 탈락한 상황이다. 17일 시작될 몽백합배 준결승에 올라있는 박정환과 박영훈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 바둑은 2016년 2월 강동윤이 제20회 LG배서 우승한 이후 2년 가깝게 메이저 제패에 실패하고 있다. 속기(速棋) 일변도의 기전 운영에 큰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철한·신진서·이원영 등 8강에 올랐던 3명은 14, 15일 귀국해 이날 한국 기사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번 LG배서 한국은 통합 예선 호성적에 힘입어 20명으로 출발해 중국(8명), 일본(3명)을 압도했으나 3국 중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대회를 조기 마무리했다. 역대 LG배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중 각 9회, 일본 2회, 대만 1회.

[결승 진출자 소감]

이야마 9단

언제나 세계 대회에서 좋은 대국을 펼치는 게 목표였는데 결승에 진출해 너무 기쁘다. 셰얼하오는 바둑도 강한 데다 나이가 어려 두렵다. 나는 답보 상태인 데 반해 셰얼하오는 결승이 열릴 내년 2월이면 더욱 기량이 늘어있지 않겠는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셰얼하오 5단

오늘 준결승은 행마가 잘 풀렸다. 실수 없이 승리했다는 데 만족한다. 이야마 9단은 수읽기 능력이 매우 뛰어난 기사로 알고 있다. 우승 가능성은 서로 5대5라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해 후회 없는 바둑을 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