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적어도 600억유로(약 78조원)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야니 의장은 이날 독일 푼케 신문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라 영국이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최소한 600억유로는 돼야 한다"고 했다.

EU 고위 인사가 구체적인 이혼합의금 액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혼합의금은 영국이 내기로 약속했던 EU 회원국 분담금 등 EU를 탈퇴하면서 정산해야 할 각종 비용을 말한다.

타야니 의장은 "영국이 그 정도 액수를 내지 않으면 EU 예산이 부족하게 되고, 모자라는 액수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영국은 아직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액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 브렉시트를 서두르자는 강경파와 천천히 하자는 온건파 사이에서 액수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타야니 의장은 "우리(EU)는 하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이 잘 안 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영국의 문제"라고 했다.

이날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도출한 다음 이를 의회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담당 장관은 "EU와의 합의안에 대해 의회가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U와 최종 합의안을 이끌어내면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