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최종 부검 결과 "약물·심근경색 아냐"]

지난달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45·사진)씨의 부검에서 심근경색이나 심장 전도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김씨가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김씨가 핸들에 가슴을 기댄 채 괴로워했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심장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현재의 부검 기술로는 김씨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김씨의 직접 사인은 1차 소견과 마찬가지로 머리뼈 골절 등 두부 손상"이라고 밝혔다. 국과수에 따르면 김씨의 몸에서 미량의 항히스타민제가 검출된 것 외에 알코올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항히스타민제는 검출된 양에 비춰볼 때 최소 사고 며칠 전에 마지막으로 복용한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부 질환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는 심장 이상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검출된 양은 너무 적어 그런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벤츠 SUV를 운전하던 중 앞서가던 그랜저 승용차의 측면을 두 차례 가볍게 충돌했다. 김씨의 차는 이후 급가속하며 인근 아파트 정문 앞 계단으로 굴러 전복됐다. 김씨가 통제력을 잃고 급가속을 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현재의 부검 기술로는 밝히기 어려운 뇌·심장 기능 이상이 사망 전 일어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드물지만 뇌경색증·부정맥 등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은 부검 때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의 사고 차량에 대한 조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씨의 차량은 지난 2일 국과수로 옮겨져 감정을 받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약 한 달 후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차량 조수석 아래에서 블랙박스를 발견했지만 사고 당시 전방 영상만 녹화돼 있을 뿐 음성은 녹음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블랙박스의 음성 녹음 기능을 꺼둬 녹음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15일 사고 장소에서 인도 위에 남은 타이어 흔적 등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