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의 안개'를 걷어낼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파 72·6556야드)에서 16~19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 여자프로골프(LPGA)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달러)은 시즌 최종전이자, 세계랭킹 및 3대 타이틀(상금왕·최저타수상·올해의 선수상)의 주인공을 가릴 무대다.

이번 시즌 LPGA 투어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양상으로 흘러갔다. 지난달 신인왕을 확정했던 박성현(24)은 지난 6일 LPGA 신인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펑산산(28)이 최근 두 대회 연속 우승하면서 일주일 만에 박성현을 제치고 중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유소연(27)과 렉시 톰프슨(22·미국)도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박성현이 이번 투어 챔피언십에서 뒷심을 발휘한다면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상금왕 석권도 가능하다. 한 시즌에 신인왕과 3대 타이틀까지 휩쓸었던 LPGA 선수는 1978년의 낸시 로페스(60·미국)가 유일하다.

박성현이 가장 앞서 나가는 부문은 상금왕이다. 시즌 상금 226만2472달러(약 25억3000만원)를 벌어들여 2위 유소연(196만4425달러)을 29만8047달러 차로 앞서고 있다. 유소연이 상금왕에 오르려면 투어 챔피언십(우승 상금 62만5000달러·준우승 16만4000달러) 우승을 해야 한다. 이 부문 3위 펑산산(170만달러)도 우승한다면 상금왕을 노릴 만하다.

최저타수상 부문에선 선두를 달리는 톰프슨이 유리하다. 평균타수 2위인 박성현은 투어 챔피언십에서 톰프슨보다 9~10타를 줄여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품에 안을 수 있다. 평균타수에서 박성현을 0.01타 차이로 쫓는 전인지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선 유소연, 펑산산, 박성현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각 대회 1위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을 받는다. 2위는 12점, 3위 9점, 4위 7점, 5위 6점이다. 이후 10위까지는 배점이 1점씩 낮아진다.

월요일마다 발표되는 세계 랭킹도 안갯속인 건 마찬가지다. 박성현은 7일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펑산산에게 빼앗기긴 했지만 랭킹 포인트가 0.02점 뒤질 뿐이라 이번 대회로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2주 사이에 1위에서 3위로 떨어진 유소연(8.43점)도 펑산산과 0.03점 차이에 불과해 오는 20일 발표될 새 랭킹은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박성현은 최근 국내 투어를 포함해 6주 연속 아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미국 본토로 건너가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소연과 톰프슨은 일본에서 열린 토토 재팬 클래식 이후 지난주 대회를 건너뛰며 미국 현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펑산산은 최근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LPGA 투어는 홈페이지에 "하나 남은 시즌 최종전에서 모든 타이틀이 결정된다"며 "어느 대회도 이보다 아슬아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은 팝콘을 먹으며 TV로 경기를 즐기면 된다"고 했다.